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동안 이어진 시위 … 14일 '1000차 수요시위' 맞아

<편집자주> 14일(수)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1000차 수요시위’가 열린다. 이날 ‘평화로’라고 불리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도로에는 작은 소녀 모양의 평화비가 세워질 예정이다. 이는 수요시위 20년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후손들에게 남기기 위해서다. 매주 정오에 진행되는 수요시위는 어느덧 1000차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기자는 1000차 수요시위를 2주 앞둔 11월30일 수요시위가 열리는 일본대사관 앞을 찾았다. 

이 날 수요시위는 다른 날과 달리 추모식으로 시작됐다. 일본의 패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태국에 정착해 살아오신 노수복 할머니가 11월4일 타지에서 영면하셨기 때문이다.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정대협) 허미례 간사는 성명서에서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는 이 자리에서 또다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수요시위를 이어가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정부에 등록된 정신대 할머니는 234명으로, 그 중 올 한 해 동안 14명이 돌아가셨다. 이제 생존해 계신 할머니는 겨우 65명이다.

사람들은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통해서 시위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공식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 일본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피해자에게 보상하라! 보상하라! 보상하라!…” 정대협 윤미향 공동대표가 앞부분을 외치면 참가자들은 뒷부분을 큰 소리로 복창했다. 평화로를 따라 구호가 퍼져나갔다. 그러나 익숙한 일인 듯 일본 대사관의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묵묵부답인 일본정부를 향한 수요시위는 1천번째에 이르기까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전세계 사람들과 함께 해왔다. 이날도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나온 외국인 취재진과 시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독일교회의 목사로 있는 크리스토프 에쉬케씨(Christof Jaeschke)는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신대 문제해결에 관한 편지를 일본대사관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라 에쉬케(Sahra Jaeschke)씨도 “일본 정부는 반드시 사과해야하며 이 시위에 여성들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순연(기악․96년졸)씨는 “살아계신 분이 얼마 안 되니 조속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차 수요시위’는 서울뿐 아니라 도쿄, 간사이, 나고야 등 일본 전국과 대만, 독일,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집회가 끝나고 할머니들은 참가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천 번의 시위가 천 번 거절당하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천 한번째 시위를 약속드립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처럼 일본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들은 내일도, 모레도 나올 것을 다짐했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