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주로 진행되는 수요시위는 1992년 1월8일, 미야자와 전 일본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됐다.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정대협)가 주최하고 20개의 정대협 회원단체와 여성단체, 수많은 시민단체, 종교계, 일반 시민 등이 참여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과 피해자들의 인권회복 등을 요구해왔다.

2002년 3월13일에 열린 500회 시위부터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진 집회’로 등재돼 매주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시위라는 단어가 주는 거친 느낌과 달리 수요시위는 평화롭다. 매년 약5만명의 사람들이 수요시위에 참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3달 전부터 시위에 참가해온 한성대 원새롬(한국어문학․08)씨는 “행동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며 “친구들에게도 수요시위를 알리고 싶고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요시위가 일본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범죄 인정 ▲위안부 진상 규명 ▲일본 국회의 사죄 ▲법적 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 및 사료관 건립 ▲책임자 처벌 등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수요시위나 정대협의 요구 사항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정신대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 일본정부는 공식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군의 관여를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1992년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위안소와 관련된 자료가 공개됨으로써 부분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게 된다.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일본정부는 “한일청구권협상에서 배상문제는 이미 해결됐으며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일본정부는 최대한의 보상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금전적인 배상 뿐 아니라 사죄, 사실 공개, 명예회복의 문제 등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요시위가 갖는 대내․외적 의미는 크다. 정대협 윤미향 공동대표는 11월30일 열린 998차 시위에서 “우리는 일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전쟁범죄에 대해 침묵하고 역사왜곡과 피해자에게 폭언과 차별을 일삼는 일본정부를 반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시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의 뜻에 함께하고 이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이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연대함으로써 더 밝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1000차 수요시위’에서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평화비가 세워진다. 모두의 바람을 담은 평화비 건립은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이어져온 수요시위를 더 널리,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함이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