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오프앤프리(OAF, Off And Free) 국제영화제가 17일(목)~23일(수) ECC 지하4층 아트하우스 모모, 맞은편에 있는 ECC 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렸다. OAF는 국내 최초 비상업·비영리를 취지로 한 영화제로, 상영, 전시되는 작품 모두 무료로 공개됐다. 영화제에는 한국, 독일, 미국, 일본 등 12개국에서 64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115편의 작품이 전시·상영됐다.

 ‘확장영화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진행된 이번 영화제는 ▲오프 인 포커스 ▲샹탈 애커만 특별전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영화는 사회적이다 등 8개 부문으로 나뉜다.

 ‘확장영화(Expanded Cinema)’는 영화를 환경, 미디어, 기술 등의 개념과 융합한 것이다. OAF는 확장영화를 포함한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다루며 전시와 상영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동시에 진행했다.

 개막작은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 감독의 ‘라 수프리에르(LA SOUFRIERE)’였다. ‘영화는 사회적이다’ 부문에 포함된 ‘라 수프리에르’는 70년대 제작된 다큐멘터리로, 화산 폭발의 위기에 처한 섬을 관찰했다.

 김지하 프로그래머는 “‘라 수프리에르’는 OAF 상영작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잊혀진 걸작을 재조명하는 데 의의를 뒀다”며 “작품을 보며 재해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공감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마음을 공유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OAF에서는 다양한 실험 영화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오프 인 포커스’ 부문에서는 6~9월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작품 중 우수작 20편을 상영했다.

 ‘오프 인 프랙티스’에서는 국내외 실험영화 및 미디어아트를 소개했다. 특히 경일대 석성석 교수(사진영상학부)의 라이브 퍼포먼스 ‘Live Film_8mm’는 세 개의 스크린에서 남자의 모습, 필기체, 추상적 영상 등이 소리와 혼합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폐막작으로는 아쟁 연주자 김남국을 그린 황선숙 작가의 단편 영화 ‘허공의 그늘’이 상영됐다. 영상이 스크린과 스크린 앞 무대를 오가며 상영될 동안 김 연주자가 무대에서 아쟁 연주를 했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 작가 윤주형 등 세 명의 예술가가 스크린 뒤, 극장 계단, 무대를 오가며 아쟁 연주에 맞춰 노루 뿔, 젬베(타악기의 일종)를 이용한 즉흥 퍼포먼스를 펼쳤다.

 영화제를 관람한 선세영(의류·08)씨는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실험영화를 접하게 됐다”며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표현 방법이 신선했고 영상과 즉흥 연주가 어울린 폐막작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아트하우스 모모 앞 ECC 지하 홀에는 샹탈 애커만(Chantal Akerman)의 특별전과 각 부문의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자, 방석 등을 설치해 관람객이 앉거나 누워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관람 방법이 시도됐다. 실험 영화를 보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영화에는 프로그래머가 영화 해설을 했고 전시실에는 전시를 설명해주는 도슨트를 배치하기도 했다. 애커만 작가의 ‘11월 앤트워프에서 온 여인들(Women from Antwerp in November)’은 전시실을 내부에 따로 만들어 거대한 두 개의 스크린을 벽에 설치했다. 설치된 스크린의 한쪽에는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20명이, 다른 한 쪽에는 담배를 피우는 한 여성이 흑백 영상으로 클로즈업된다. 이는 담배 한 대가 사라질 때마다 여인의 이야기가 함께 사라진다는 의미가 있다.

 ‘소통’을 주제로 한 성정환, 강병수, 노효훈 작가의 ‘도어’는 두 개의 문 아래 마이크와 스피커가 설치돼 문 앞에 관객이 앉아 직접 대화를 해보는 참여형 작품이다. 켄 제이콥스 작가의 ‘애너글리프 탐’은 작가의 영화인 ‘Tom Tom the Piper's Son’에 쓰인 자료를 조각조각 자르고 속도를 조절해 만든 3D 영화다. 관객은 한쪽에 마련된 3D 안경을 쓰고 작품을 관람했다.

 박선영(서양화·08)씨는 “실험 전시라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독특한 작품이 많아 재미있었고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형 조직위원장은 “OAF는 비상업주의, 자유정신에서 나아가 인류 보편의 정신적 깨달음과 생명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를 지향한다”며 “OAF의 목적은 현대의 예술에 대중이 쉽게 다가가 편안하게 감상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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