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이도흠 공동의장 인터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 교수학술 4개 단체의 교수들이 11일(금) 오전11시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대학의 시장화를 반대하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교협, 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교과부가 취업률과 충원율 등의 몇몇 계량적 수치로 대학을 평가해 구조조정한다”며 “이는 대학의 설립 이념과 대립되는 시장만능주의적 시각에 입각한 것이자 각 대학의 전공‧지역 특성을 무시한 독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민교협 이도흠 공동의장에게 이번 시국선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시국선언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신자유주의가 정착된 후에 대학은 시장원리에 포섭됐다.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고 진리 도야를 위해 힘써야 하는 곳이지만 현재 기업처럼 영리화 됐다. 대학을 시장으로 내몬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와 대학평가, 현 정권이다. 대학은 언론사의 대학평가 서열을 올리는 데 급급하고, 지적 탐구에 소홀해졌다. 교수는 대학과 사회의 문제를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요구하는 맞춤식 교육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 학생들은 새내기 시절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내몰려 자유롭게 사색하고 진리를 탐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지식인들이 대학을 바로 세워야 하는데, 오늘날 현실이 대학을 한계 상황에 이르게 한 것이다.

교과부의 대학 감사에는 사학재단을 통제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사는 교과부 정책에 반기를 든다거나 순종적이지 않은 대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현재 교과부는 각 대학의 이념이나 목적보다는 미리 짜둔 교과부의 플롯에 맞춰 대학을 기업처럼 평가하고 있다.


-대학평가의 긍정적, 부정적인 면과 그 대안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학평가의 긍정적인 면은 대학이 부족한 부분을 알고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수 충원율이 낮은 학교는 대학평가를 통해서 이를 알고 교수를 더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평가 기준으로는 대학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어떤 대학은 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 어떤 대학은 공학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 어떤 대학은 학생 수는 적지만 소수의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특성들을 고려하지 않고 수치만으로 대학을 평가하면 그들이 지닌 특성화된 분야를 살리기 어렵다.

학문을 계량화하는 점도 문제다. 인문학과 관련된 과에서는 교수가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을 쓰는 편이 더 좋다. 10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쓰더라도 학문적인 성취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평가에선 교수를 그가 쓴 논문의 수로 평가한다. 대학은 서열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에게 더 많은 논문을 쓰라고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연봉을 삭감하는 등의 징계를 내리겠다고 한다. 이에 교수들은 긴 호흡으로 저서를 쓸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논문을 써야만 한다.

대학들은 대학평가라는 ‘신발’에 발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각 대학마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음에도,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는 대학을 일정한 기준으로 서열화한다. 이 서열에서 떨어지면 대학은 2류, 3류가 되고, 좋은 학생들도 입학하지 않는다. 외부에서 발전 기금을 유치하기도 힘들고, 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기도 한다.

현재 이뤄지는 대학평가에 대한 최선의 대안은 대학평가가 없어지는 것이다. 차선의 대안은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 학생, 직원 등의 합의를 거쳐서 대학을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지표를 만들 때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고, 대학은 이런 기준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


-시국선언문에서 반값등록금도 언급했는데, 반값등록금은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
정부는 등록금 부담을 대학에 전가하고 대학 본부 측은 그 화살을 교수에게 돌린다. 대학이 재정을 줄이는 방법 중에는 교수의 책임 시수(주당 강의 시간)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그동안 교수들이 강의 외에도 연구, 수업 준비, 사회 봉사 등 여러 활동을 병행하면서 적당한 수업 시간으로 합의에 이른 수업 시수가 6시간이다. 교수가 학교에서 9시간을 강의한다고 가정하면 6시간은 책임 시수로, 나머지 3시간은 초과 수당을 받는다. 학교 측에서 처음부터 교수들의 책임 시수를 9시간으로 늘리면 학교에서 교수에게 주는 초과수당비를 아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초과 수당은 몇 십 억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런데 교수는 강의 외에도 수업 준비, 봉사, 연구 등 여러 활동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 시수가 늘어나는 데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주위에는 과도한 일정 때문에 건강이 상한 교수도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교육재정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약1.2%인데 우리나라는 약0.6%다. 이를 OECD 국가들의 평균치로만 올려도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5~6조원 정도가 필요한데, 정부는 이를 사학에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직접 부담해야 한다.
또한 사학재단의 몇몇 사람들이 사립대학을 휘두를 수 없게 해야 한다. 사학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제도적인 보완과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


-교육계, 특히 대학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변화는 주체와 방향이 중요하다. 교과부의 이번 구조조정은 마치 과거의 기업 감사와도 같다. 정부는 대학을 마치 기업 연수원으로 생각한다. 진정한 구조조정은 이 나라와 대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정책과 수행할 주체를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강압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대학이 변화해야 한다.



임경민 기자 grey2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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