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 하반기 행원으로 입행하여 현재 우리은행 잠실진주지점 투체어스(Two Chairs) 팀원으로 일하고 있다. 투체어스 창구는 개인 vip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곳이다. 신입행원은 모두 지점에서 은행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본점과 달리 10~20명 정도의 소규모의 인원이 한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가족처럼 서로에게 친근한 분위기다. 필자는 오전8시 이전에 출근해 회의 혹은 상품연수를 듣고, 오전9시부터 오후4시까지는 고객을 마주한다. 업무 시간 중 내점 고객이 없을 땐 상품 만기가 된 고객에게 전화상담도 하고, 바뀐 업무지침이 있는 지 규정과 상품에 대해 공부를 한다. 오후4시가 되면 본격적으로 마감업무를 시작한다. 그날 있었던 거래에 대해 총 시재를 맞추고, 다녀간 고객에 대해서는 감사 전화를 걸기도 한다. 은행 업무는 매사에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고 늘 변하는 경제 현황에 예민해야하기 때문에 늘 긴장해야 하는 직업이다.

필자는 인문계 전공으로 상경계를 복수전공하지 않고 우리은행 취업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서류->합숙면접->최종면접의 전형으로 이루어진다. 합숙 면접은 안성연수원에서 1박2일간 진행됐다. 합숙 면접 첫 째 날에는 논술 시험을 치웠는데 블랙 스완, 달러 가치의 변화와 미국 경기변동의 관계, 달러 스마일 전략 등을 묻는 내용이 나왔다. 필자는 금융권 준비를 길게 해오지 않아 금융 논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하지만 일단 문제에 주어진 정의를 최대한 적용하고, 필자가 약한 부분인 정확한 경제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 대신 이 문제가 정치, 경제, 사회, 국제의 측면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서 문제를 풀어내려 노력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윤리나 경제 과목 예시를 떠올린 것도 문제를 차분히 푸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인성면접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긴 시간동안 면접관들의 집중과 호감을 끌어내기 위해 가능한 한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생글생글 웃었던 것이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실무 면접에서는 세일즈 스킬을 시험해보는 내용의 면접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개인 과제 발표 면접, 조별 과제 발표, 장기자랑, 토론 면접 등 매우 다양한 면접이 진행됐다.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사람을 신중하게 뽑는 것 같아 면접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지기도 했다. 면접 과정에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임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팀원들과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해내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다. 면접이라는 것이 개인의 업무 역량을 시험하려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지닌 인성을 판단하려는 자리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면접에서의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직업을 선택한 기준은 세 가지였다. 첫째,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야하고, 둘째 내가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회사 시스템이 안정적이고 장기 근무하는 여직원이 많은 곳이어야 했다. 필자는 사실 처음부터 은행원을 직업으로 꿈꾸지는 않았다. 숫자는 좋아해도 돈을 다루는 것에는 겁이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은행에 합격하려면 금융자격증 3종 세트가 있어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취업설명회에서 자격증이 없는 합격자가 반이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필자는 지원 당시 소지한 자격증이 MOS자격증 하나였다. 자격증은 자신이 그만큼 그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 뿐이지 절대적인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실제로 은행에 입행하고 보니 자격증의 유무보다는 주어지는 업무에 대해 정확하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능력, 고객들에게 친근감 있게 응대하는 요령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취업 준비 하는 동안 관련 정보를 공부하는 데에서부터 어려움을 많이 느꼈고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필자의 취업 과정과 나름의 성공 비결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취업에 대해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은행은 전공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상경계 비전공자라고 처음부터 금융권 취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경제학 전공내용이 아닌 경제 및 상식은 은행뿐만이 아니라 사회인이 될 준비를 한다면 누구든지 꾸준히 준비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취업에 불리하다고만 하는 인문계 전공이 오히려 시사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길러주었고, 주관식이라 힘들었던 전공시험도 은행논술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필자는 현재 지점 외환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외사업부에서 일해보고 싶다. 러시아처럼 낯선 지역에 우리 금융시장을 개척하고 해외지점의 업무를 지원하며 국제 금융 시장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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