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총학생회(총학)선거의 두 선거운동본부(선본) ‘Acting이화’와 ‘이화인의 힘’이 제시한 공약의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호 ‘이월적립금, 학생참여 촉구 등 논의’ 기사에 따르면 두 선본이 제시한 이월적립금 환원, 파주캠퍼스 토지매입비 환원, 외부업체 임대료 공개, 셔틀버스 운행 간격 조정 및 노선 확장 등의 공약은 모두 실현가능성이 낮다. 선본들이 현재 이월적립금의 출처, 학교의 수입 및 지출 구조 등에 대한 사전 조사 없이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선본들이 내세운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본지는 제41대 총학 선거에서부터 4년 연속으로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실현가능성이 낮은 공약을 매년 중복적으로 제기한 선본들이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선본들은 여전히 “사전 조사가 미흡했지만 우리는 꾸준히 학생의 권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후보들은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주장을 뒷받침해 줄 탄탄한 논리 구조가 필수적임을 망각한 듯하다.

공약은 사전적 의미로 ‘입후보자가 어떤 일에 대하여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함’을 말한다. 총학 선본의 공약은 어떤 일에 대하여 본교생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본은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은 채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포퓰리즘(populism·대중 영합주의)적 공약을 내세웠다.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공약, 즉 ‘표풀리즘’이 본교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퓰리즘으로 본교생들의 표심을 얻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7일(목) 열렸던 정책공청회에서 자연과학대학 조혜진 대표는 “Acting이화가 종과D동에 독서실과 휴게실을 설치한다는 공약을 봤는데 이미 우리가 학교측의 확답을 받은 사안”이라며 “자연대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공약을 제시한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호 ‘이월적립금, 학생참여 촉구 등 논의’에서 이수진(식품·09)씨는 “Acting이화는 공대에 도서반납기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설치를 추진 중”이라며 “단대별 사정을 정확히 파악한 후 공약을 내세우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다. 학생들을 대표해 학생들의 요구안을 학교에 전달하고, 실현시키고자 하는 총학이라면 학교의 상황은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한다. 정확한 사전 조사 없이 막연하게 내세우는 공약은 오히려 학생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총학은 학생 대표로서 공약을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선본의 공약을 검토할 수 있는 총학 산하의 기구를 둘 필요도 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