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화)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이기호와 ‘작가와의 만남’ 열어

 “인간의 매커니즘을 네 가지로 나누면 본능, 욕망, 충동, 사랑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충동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기호 작가와 함께한 ‘작가와의 만남’이 15일(화) 오후6시30분 학생문화관 소극장에서 열렸다. 국어국문학과(국문과)와 학회 불휘가 주최한 이번 만남은 ‘국문인의 밤’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를 유쾌한 발상과 문체로 풀어내는 소설가로, 1999년 단편소설 「버니」로 등단해 「최순덕성령충만기」,「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사과는 잘해요」 등의 소설을 집필했다.

 이 작가는 소설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모든 소설은 내밀한 자기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그 위치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죠.”

 이 작가는 글쓰기를 할 때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소설「원주통신」 등에서는 강원도 원주 지역이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는 “나도 고향인 강원도 원주를 배경으로 소설을 집필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며 “노름, 다단계 등에 빠진 고향 친구들도 많아서 부끄러웠었다”고 말했다.

 원주를 특색 없는 도시로 생각했었던 대학 시절에는 전라도 출신 친구에게 사투리를 배워 광주광역시 금남로를 배경으로 한 습작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일명 ‘원주 전문 소설가’가 된 것은 대학 시절에 1년간 혼자 용인에서 자신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얻은 후였다. 그는 “날 위장하고 있던 것들이 벗겨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원주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글을 쓰는데 중요한 요소로 인간의 네 가지 메커니즘―본능, 욕망, 충동, 사랑을 꼽기도 했다. 그 중 욕망은 결핍되고 금지된 상태에서 나타난다. 그에 따르면 글쓰기란 ‘욕망이 빚어내는 행위’이며 결핍, 금지된 상태의 충돌을 해소하는 것이 곧 소설이다.

 그는 작가란 개인의 욕망에서 나아가 시대적인 욕망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작품 속에서 시대적인 배경과 모순을 꼬집는다. 이 작가는 단편 소설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에서 흙을 파먹는 인물을 통해 남북분단 문제를 보여줬다.

 이 작가는 이어 충동적인 글쓰기에 대해 설명했다. 충동적 글쓰기란 ‘왜 사랑하는지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 상태’처럼 글을 왜 쓰는지 모르고 글을 쓰는 것이다. 그는 “욕망의 다음 단계인 충동은 내가 왜 이것을 하는지 이유도 모른 체 하게 되는 것”이라며 “내 소설이 충동적 글쓰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을 읽고 ‘나도 소설 쓸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제게 소설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주는 장르입니다. 학문의 즐거움도 있지만, 창작의 즐거움 역시 못지않죠. 창작을 해보면 여러분이 공부하는 학문에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강연에 참석한 김명수(국문·10)씨는 “이기호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유쾌하고 개성적인 면을 실제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며 “멀게만 느껴졌던 작품이 강연을 듣고 나니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국문과 박소라 공동대표는 “수업 시간에 자주 접했던 이기호 작가와의 만남으로 학생들이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국문인의 밤을 통해 국문인들의 생각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parkjunha@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