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윤리교육 부재와 희생 개체 수 줄이려는 노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

동물실험이 진행되는 본교 실습수업 중 일부가 동물실험윤리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ㄱ(생명과학․08)씨와 서울대 ㄴ(생명과학부 박사과정)씨 등 6명의 학생들은 ‘슬픈 과학자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연구하는 행위와 생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공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물실험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부 실습수업이 사전에 윤리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거나 실험에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수업 중 진행되는 동물실험은 해부실험, 약물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 동물 조직세포를 관찰하는 실험 등이 있다.

올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동물실험 및 실험동물 관련 동물실험윤리위원회 표준운영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생들은 실험에 앞서 동물 실험에 관련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

10월17일, 21일에 진행된 ‘생명과학실습2’ 수업에서는 사전 윤리교육 없이 쥐의 척수 DNA를 관찰하기 위해 쥐를 경추탈골(목과 꼬리를 잡고 순간적인 힘을 줘 양쪽으로 잡아당겨 두개골로부터 경추(목뼈)를 분리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시켰다. 이 수업을 수강한 ㄱ씨는 “학생들이 무서워하거나 당황해 소리를 질러 동물들이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며 “수업 시작 전에 조교가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실험에 임하고 조용히 하도록 지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쥐를 키우는 사육장 뚜껑 위에서 경추탈골이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ㄱ씨는 “돌아다니며 놀던 쥐들이 처음에 쥐 한 마리를 죽이는 것을 본 후엔 구석에 모여 공포에 떨었다”며 “두 번째 쥐부터는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눈에 뚜렷이 보였다”고 말했다.

실험에 희생되는 동물 개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도 있다. 작년 2학기 ‘약물학 실습’ 수업에서 수면 및 마취제 실험, 쥐(Rat) 해부 등 9번의 동물실험에 사용된 동물은 생쥐(mouse) 180마리, Rat 72마리, 개구리 10마리 등 총 262마리였다. 이 수업을 수강한 ㄷ(약학․08)씨는 “약물투여 부위를 확인하는 실험과 마취제 실험은 한꺼번에 진행해 희생되는 개체수를 줄일 수도 있었지만 정해진 수업시간을 초과할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전반적 윤리의식이 낮아 현실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슬픈과학자들 구성원들은 해외대학 사례를 들어 동물 실험의 존속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ㄴ씨는 “호주 머독대(Murdoch University)에서는 한 학생이 1년 반 동안 동물실험 반대운동을 해 1998년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동물 생체 실습이 포함된 과목 대신 대체 실습 과목을 수강하도록 만들었다”며 “동물 실험 대신 슬라이드나 모형을 통해 세포를 관찰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ㄴ씨는 이어 “척수를 뽑는 대신 털을 깎아 세포를 볼 수도 있고, 꼭 필요하다 하더라도 한 마리만 죽일 수 있다”며 “지금 동물 실험은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효숙 연구과장은 “2008년부터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통해 동물실험계획이 필요한 학부생, 대학원생, 연구자 등에 대한 교육훈련을 계속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재발방지를 위해 현 제도의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파악해 제도개선에 반영하겠다”며 “동물실험윤리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학부생들에게도 교육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이채린 기자 chaerinle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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