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월)~9일(수) 학생문화관(학문관) 1층 로비에 두 게시판을 맞대고 커텐을 둘러 만든 보라색 방이 설치됐다. 자치단위 이화여성위원회(여위)가 ‘어떻게 여성주의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를 주제로 연 제13회 페미니즘 문화제의 전시물인 ‘자기만의 방’이었다.

여위는 이번 문화제에서 ‘이화 안의 일상을 여성주의로 소통한다’는 슬로건에 맞춰 일상적이고 사소한 여성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여위는 문화제에서 자기만의 방을 설치하고 대안생리대 키트를 판매하는 활동을 했다. ‘자기만의 방’ 전시물은 영국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페미니즘 비평서 「자기만의 방」에서 영감을 얻었다.

방의 벽을 이루는 게시판에는 이번 문화제 자료집에 실린 글에서 발췌한 자보 여섯 장이 붙어 있었다. 책꽂이에는 지금까지 여위가 발간한 자료집들이 꽂혀 있었다. 커텐, 러그부터 자료집, 포스터 모두에 여위의 상징색인 보라색이 사용됐다.

‘자기만의 방’ 옆에는 대안생리대 키트를 판매하는 부스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여위 활동가에게 사용 방법을 듣고 2천원에 키트를 구입해 직접 면 생리대를 만들 수 있었다. 7월에 열린 ‘잡년행진(Slut Walk)’에 관한 게시물과 작년에 전시했던 ‘어디까지 섹스라고 생각해?’ 전시물도 설치됐다. 학생들은 “섹스는 여자와 남자만 하는 것 아닌가요?”, “키스를 어떻게 섹스라고 할 수 있나요?” 같은 의견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물에 붙이기도 했다.

전시를 본 장수영(사과․11)씨는 “‘자기만의 방’ 전시와 ‘어디까지 섹스라고 생각해?’ 전시물이 맞은편에 함께 놓여서 좋았다”며 “보통 숨기려고 하는 성에 관한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물과, 은밀함을 부각하는 ‘자기만의 방’ 전시물이 대비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제 마지막 날인 9일(수) 오후5시 학문관 1층 로비에서는 플래시몹이 진행됐다. 여위 활동가들과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이 모여 ‘도레미송’에 맞춰 춤을 췄다. 처음에는 한 사람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춤을 췄다.  중앙 힙합동아리 라온소울 비걸(B-Girl)의 공연도 진행됐다.

플래시몹을 본 김승주(언론․10)씨는 “학문관이 대학생의 공간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노래를 틀고 춤춰도 아무도 저지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문화제는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꾸준한 호응을 얻었다. 둘째 날 대안생리대 키트 약50개가 모두 팔렸고 ‘자기만의 방’ 전시물 안에 놓인 방명록도 가득 채워졌다. 여위 활동가 레기씨는 “우리의 과제는 언제나 ‘여성주의가 어떻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가’이다”며 “5월에 밤길 안전을 되찾자는 주제로 한 ‘달빛시위’에는 참가자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문화제로 학생들에게 더 다가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여위 문화제는 2008년 제12회 ‘여성주의 팍팍’ 이후 열리지 않다가 올해 2년만에 개최됐다. 여위 활동가 동화씨는 “‘메이퀸 대회 폐지’나 ‘이대 앞 상업화 반대’ 같은 중요한 화두가 있을 때에 비해 여성주의 활동이 규모가 작아지고 횟수도 줄어들었다”며 “여성주의도, 학생 자치 문화도 쇠퇴하는 상황에서 문화제를 열 동력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해강 기자 box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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