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 원어연극 ‘보이지 않는 소장품’ 10일~11일 생활관 소극장에서 열려

 독어독문학과 원어연극동아리 ‘아우프 디 브레터(Auf die Bretter)’가 ‘보이지 않는 소장품(Die Unsichtbare Sammlung)’을 10일(목) 오후7시, 11일(금) 오후5시, 7시 생활환경관 소극장에서 공연했다. 원작은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가 쓴 동명의 소설로, 이미 팔려버린 소장품에 대한 애착으로 살아가는 눈 먼 노인에 관한 이야기다. 대사는 모두 독일어였으며, 대사에 맞춰 한글 자막이 제공됐다.

연극은 베를린의 골동품상 ‘뢰첼른’이 할아버지와 거래하던 시골의 눈 먼 고미술품 수집가 ‘헤르바트’를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패전 후 물가 폭등에 시달리고 있는 독일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헤르바트의 아내 ‘루이자’와 딸 ‘안네마리’는 그에게 비밀로 하고 그가 아끼는 소장품들을 몰래 하나씩 팔아버렸다. 루이자와 안네마리는 뢰첼른에게 아직 소장품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연기해달라고 부탁한다.

뢰첼른은 헤르바트와 마주앉아 그가 가리키는 빈 종이를 바라보며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군요!”하고 말한다. 덕분에 헤르바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헤어지면서 헤르바트는 뢰첼른에게 자신이 죽은 후 소장품 경매를 뢰첼른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뢰첼른은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헤르바트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관객석을 지나 소극장의 문을 열고 퇴장한다.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독일에서 헤르바트는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기고 무대는 막을 내린다.

이번 연극에는 중국에서 온 교환학생 징밍민(Jing Mingmin)씨(독문과), 홍익대 박인준(시디․11)씨를 포함해 독문과 학생 9명이 참여했다. 본래 소설이던 작품을 연출 제은솔씨와 단장 황연수(독문․10)씨가 극단 무대광풍 연출 담당 석윤의씨의 도움을 받아 극본으로 만들었다. 번역과 발음 교정은 라이너 뵐메르크(Rainer Völlmerk) 교수(독문과)가 맡았다. 그 외 무대, 음악, 연출 모두가 학생들의 손을 거쳤다.

가장 대사가 많은 뢰첼른을 열연한 김경은(식품․09)씨는 이번 학기 의 ‘기본 독일어’ 수업에서 원어연극의 배우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참여하게 됐다. 그 전까지는 독일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2학기 내내 매일 늦게까지 남아 6~7주간의 연습을 함께한 뵐메르크 교수는 “매번 연극을 할 때마다 한 사람씩은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배우가 있다”며, "배우들의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연극을 본 독일 교환학생 바스티안 브링크만(Bastian Brinkmann)씨(경제학과)는 “정말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헤르바트 역 연기와 기획을 동시에 맡은 황연수 단장은 "4월에 '자베트'라는 연극을 이미 공연했는데, 2학기에 워크샵으로 하려던 것이 일이 커졌다"며 "할 때는 힘들어도 끝난 후의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고해강 기자 box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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