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오전11시~오후4시 반(反)월가 시위의 베이스 캠프격인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Zuccotti) 공원은 시위 현장이 아닌 축제 장소처럼 보였다. 음악, 춤에서부터 뜨개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있던 그들에게는 ‘일사분란’ 보다는 ‘자유분방’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본지는 본인만의 방법으로 시위에 참가하고 있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시위현장을 화폭에 담는 앤 라이씨

뉴욕시 경찰은 주코티 파크 한쪽 구석에서 시위 참가자들을 항상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도리어 그런 경찰들 앞에서 그들을 쉼 없이 관찰하며 스케치 해나가는 학생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생활모델(Life Modeling)’팀이다.

앤 라이(Anne Lai, 뉴스쿨 사진전공 11년졸)씨는 약 한 달 전부터 이곳에서 목탄화 그림 그리기로 시위에 참가해오고 있다. 라이씨는 전공을 살리면서 그만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림을 시위참여수단으로 활용하게 됐다. “그림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록하는 좋은 수단이죠. 또 제 시각에서 그들을 묘사함으로써 저만의 관점을 표현할 수도 있구요.

그가 그림 소재로 경찰을 택한 것에는 공권력의 남용에 대한 비판도 숨어 있다. “경찰이 공권력을 가진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에 폭력을 행사할 여지를 주는 거예요. 공권력을 가지면 그들은 그들만의 예외적인 규칙, 규제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다는 거죠.”

라이씨는 그 자신과 친구들의 미래가 걱정돼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짬을 내 꾸준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앞서 말한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 온다는 사실을 널리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곳에 옵니다.”

 일부에서는 반 월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라는 점을 들어 결국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반 월가 시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을 들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에 타면 사람들이 시위에 관한 얘기를 해요. 만약 그 얘기가 ‘시위가 일어나고 있더라’는 단순한 얘기라고 하더라도 이는 큰 의미가 있어요. 사람들이 이 이슈에 대해 토론을 할 준비가 돼간다는 얘기거든요.”

그는 이런 흐름이 계속 된다면 곧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게 되고, 정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 시위가 얼마나 길어지든 전 끝날 때까지 계속 참여할 생각이에요.”

그는 대화를 마치고 맨 바닥에 앉아 묵묵히 경찰의 뒷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로 메시지를 전하는 마커스 웨스컷씨

“If we will but make the right choice, If we will but make heard our voice…. we‘re on the move now~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한다면, 우리의 소리를 듣게끔 한다면…. 우린 변화해나가고 있어요.)”

힘 있는 노래 가락이 경쾌한 기타소리와 어우러져 공원을 메웠다.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핑거 레이크 커뮤니티 컬리지(Finger Lakes Community College) 마커스 웨스컷(Marcus Westcott, 음악녹음․1학년 휴학)씨. 그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반월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13살 때부터 작사․작곡을 해 온 그에게 노래는 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노래를 시위방식으로 활용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저는 의회에 법 제정 압력을 가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난 지식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제가 만든 노래로 희망을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노래를 불러요.”

웨스컷씨는 10월28일 그가 살고 있는 뉴욕주 북부지역에서부터 6시간을 달려와 지금까지 주코티 공원에 머물고 있다. 그가 이 시위에 참가하게 된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역사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싶다’는 것. “저는 조경업에 종사하는데, 이 일은 계절산업이기 때문에 겨울에 일이 없어요.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지도 모르는 움직임에 참여할 수 있는데, 왜 작은 시골 농장에서 시간을 낭비하겠어요?”

그는 사람들이 그의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운이 난다고 했다. “음악은 제 열정이자 저 자신이에요. 언제든 노래를 할 때면 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변주연 기자 yksbjy@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