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부모 되기와 마찬가지로 좋은 자녀가 되는 데도 수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아동학에서는 이러한 요인 역시 크게 유전과 환경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그 안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포함된다. 유전적 측면에서, 개개 아동은 독특한 신체, 인지, 사회정서적 발달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동일한 가족 내 형제자매일지라도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태어날 정도로 개개인마다 매우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환경적 측면에서, 아동은 출생과 동시에 각기 다른 가정환경에 속하게 되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모습의 지역사회와 국가의 일원이 된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특성을 지닌 쌍생아일지라도 자신이 속한 환경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발달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부모와 자녀는 각각 부모역할과 자녀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정마다 고유의 부모-자녀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부모에게 완전히 의존적인 생후 초기에는 부모가 양자 간의 관계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아기를 지나 걸음마기, 유아기, 학령기 그리고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자녀는 점차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한다. 다양한 자녀양육방식이 존재하듯이, 이러한 과정을 지나온 20대, 30대의 성인 초기 자녀는 각자 독특한 자녀 모습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바로 현 시점에서 '나는 어떠한 모습의 자녀인가?'를 자문해 본다면 참으로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부모의 모습이 그렇듯이, 성인 초기 자녀의 모습 역시 매우 다양하여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자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성인 초기의 자녀는 부모와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발달적 특성에 적합하다. 상호의존적 부모-자녀관계는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면에서, 성인 초기 자녀의 입장에서 좋은 자녀 되기는 부모-자녀 간 상호의존성의 개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좋은 자녀 되기'는 대학생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추구함과 동시에 부모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20대 초반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40대, 50대의 중년기에 속하며, 머지않아 다가올 노년기를 준비하는 성인들이다. 이들은 노년기에 속한 부모 세대와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속한 자녀 세대의 중간 세대로서, 연로한 부모를 봉양함과 동시에 자녀의 성인기 진입을 도와야 하는, 말 그대로 벅찬 중간 세대이다.

  중년기 부모의 생활만족도는 성인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시기 자녀들은 좋은 자녀가 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노력은 좋은 부모 되기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첫째, 자녀는 양육방식을 포함하여 부모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양육방식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보다 객관적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정신병리적 치료를 요하는 인성적 문제를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가 자녀를 잘못 양육하는 것은 대부분 올바른 양육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많은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기본적 애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지식과 이를 적절히 표현하는 기술을 잘 알지 못하기 쉽다. 둘째, 자녀는 부모의 입장에 서보고자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잘못 양육한 부모가 처한 상황과 부모의 입장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나 고부관계, 빈곤과 같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좋은 양육을 수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자녀는 건강한 부모-자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쁜 일정 속에도 부모와의 특별한 시간을 정해두고 보다 진솔한 만남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에 대한 이해심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때로 어엿한 성인으로서 좋은 자녀가 되고자 애쓰는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자세로 인해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은 성인 초기의 자녀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가져다줌과 동시에 부모-자녀관계의 개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훗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되기 전에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기를 지나 인지적, 정서적으로 성숙한 성인 초기의 자녀라면, 과거의 부모-자녀관계를 되돌아보고 좋은 자녀가 되는 데 보다 큰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는 물론 스스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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