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가을하늘 아래 분홍, 주황, 초록, 파란색 옷을 맞춰 입은 150명의 학생들이 박을 향해 힘껏 콩주머니를 던진다. 곧이어 박이 ‘펑’하고 터지며 풍선이 쏟아진다. 박에서는 “세상을 즐겁게 흔들어라”, “우리는 이화”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화문화기획단이 주최한 제1회 이화가을운동회가 9월26일 오후5시30분 스포츠 트랙에서 열렸다. 운동회는 150명의 이화인이 참여한 가운데 1,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화문화기획단 대표 이하진(체육과학․09)씨는 “‘여대라서 재미없다’, ‘옆 학교는 신촌에서 연고전도 하는데’라는 새내기들의 말을 듣고 이화인들이 재미있게 모일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150명의 학생은 양념, 순살, 파닭, 간장 등 총 4팀으로 나눠져 게임 종목에 참여했다. 이하진씨는 “팀 구성은 개인의 입맛대로 정해졌다”며 “파닭을 좋아하는 사람은 파닭반, 양념을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오후5시30분, 사회자가 ‘개회식 시작’을 알리자 학생들의 환호성과 함께 ‘굴렁쇠 소녀’ 안혜진(체육과학·09)씨가 운동장에 등장했다. 안씨는 굴렁쇠를 한 바퀴 굴리며 개회식을 축하했다.

차미경 학생처장은 개회식에서 “만국기와 파란 하늘 밑에 여러분이 예쁜 옷을 입고 밝은 얼굴로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후6시부터 시작된 1부에서는 3종 경기, 피구, 박 터뜨리기가 진행됐다. 3종 경기는 추억의 과자 먹기 게임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각 팀의 6명이 달려가 바닥에 놓인 풍선을 모두 터뜨리고 코끼리 코 다섯 바퀴를 돌았다. 그 뒤 5~6명은 밀가루 속의 사탕을 입으로 집어먹었다.

경기에 참여한 김은수(경영․08)씨는 “생각보다 운동회 분위기가 밝고 다들 열심히 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피구가 시작한 오후6시18분, 해는 가라앉았지만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피구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명씩 아웃될 때마다 함성과 비명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시간이 지나도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 수가 여전히 많자 공이 하나 더 투입되기도 했다.

럭키아파트에 사는 ㄱ씨는 “함성소리가 크게 나서 찾아왔는데 경기 모습을 보니 눈이 젊어지는 것 같다”며 “이런 운동회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7시30분부터 시작된 2부에서는 줄다리기, 경보, 릴레이가 진행됐다. 길고 굵은 동아줄을 잡은 순살반과 양념반 학생들이 긴장한 채로 서있다. 굴렁쇠 소녀 안혜진씨가 신호탄 총으로 시작을 알리자 순식간에 동아줄은 순살반 쪽으로 밀려갔다. 경기는 순살반의 압승으로 끝났다.

양념반과 줄다리기를 겨룬 파닭반의 신정아(국제․09)씨는 “줄 중간에 있었는데 언제 졌는지 모를 만큼 경기가 순식간에 끝났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운동회의 꽃인 릴레이가 운동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릴레이는 각 팀에서 6명이 나와 총 운동장 3바퀴를 가장 먼저 도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작소리와 함께 함성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뛰어~! 뛰어~!” “꺄악~” “대박~” 릴레이는 처음 양념반, 간장반, 파닭반, 순살반 순으로 시작됐지만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간장반이 1위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가을운동회에 참가한 박근우(불문․09)씨는 “이화가을운동회는 ‘한 마음’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학교는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일 기회가 적은데 이번 기회에 한 공동체로서 열심히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화문화기획단 이하진 대표는 “이화인들의 호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다음 가을운동회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규모로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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