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수 석좌교수가 들려주는 ‘나의 문학적 편력’

이화학술원이 9월27일 오후4시 대학원관 106호 세미나실에서 ‘오후의 담론과 커피 한 잔: 일곱째 잔’을 개최했다. 담론은 김치수 이화학술원 석좌교수가 ‘나의 문학적 편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담론은 이화학술원 김미현 사무국장이 질문하고 김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 사무국장이 문학평론가 연세대 정과리 교수(국문학과)가 쓴「김치수 깊이 읽기」의 구절 ‘김치수의 비평은 작가에게 보내는 격려이고 독자에게 건네는 위안의 메시지다. 그의 문체는 곁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듯하다’을 읽으며 담론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초․중등학생 시절부터 이화에서의 시절과 현재까지의 그의 삶을 크게 일곱 단계로 분류해 그에게 영향을 준 사건들에 대해 말했다. 그는 6․25전쟁 때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초등학생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최근에 낸 평론집「상처와 치유」의 제목은 그때의 상처가 깊게 남아있어 짓게 됐다”며 “이러한 추억들을 통해 굶주림에서 해방되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어린 시절 경험과 그에 대한 깊은 성찰 덕택으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45년 동안 확고한 문학관을 갖게 됐다”며 “문학이란 우리의 정신적 상처의 정체를 밝히는 한편 그 상처를 치료할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문과를 나왔지만 문학평론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고등학생 시절의  국어선생님이셨던 김열규(인제대 국문과 교수)선생님은 문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그에게 “문학을 하려면 일단 불문학을 해라”며 “국문학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한 계기로 그는 불문과를 가서도 불문학을 하는 동시에 국문학도 같이 공부하게 됐다.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을 ‘어떻게 보면 행운이고 어떻게 보면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의식을 갖게 했던’ 때로 추억했다. 그는 4․19혁명과 5․16군사 쿠데타를 겪으면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는 서울대 재학 시절 김현, 김승옥, 최하림과 함께 기성의 문단의 여러 가지 관행을 깨자며 동인지「산문시대」를 창간했다.

이후 군사정권이 금방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 그는 지나치게 이념적 성격이 강한 작품만 실리는 당시 현실을 문제 삼아 “군사정권이 무너져도 남을 문학 작품을 찾아내야한다”며 계간지「문학과 지성」을 발행했다. 그들은 그 이전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던 작가인 이상, 염상섭, 채만식, 정지용들을 발견해내고 그들의 문학작품을 다시 부각시켰다.

그는 자신의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문학을 전공하거나 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말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현대에는 문학독자는 많지만 작품을 꼼꼼히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며 “작품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이데올로기에 얽매여 문학 작품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학작품을 소비재라고만 생각해선 안 되고,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연결 지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멀티미디어, 디지털 영상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문학의 영토가 좁아지고, 문학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는 존재”라며 “삶이 있는 한 문학은 죽지 않는다”는 말로 담론을 마무리 지었다.

담론에 참석한 원하은(교육․10)씨는 “문학이 점차 사라져가는 디지털 시대에 문학을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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