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29일 여성신학연구소 심포지움 ‘원자력과 민주주의’ 열려

여성신학연구소가 주최한 심포지움 ‘원자력과 민주주의’ 포럼이 9월27일~29일 오후2시 대학원관 중강당에서 열렸다. 9월27일에는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과 경주환경운동연합 김익중 상임의장의 강연이, 28일에는 장윤재 교수(기독교학과)와 문규현 신부의 강연이 열렸다. 29일에는 일본 핵 재처리 공장 건설에 저항하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 ‘롯카쇼무라 랩소디’를 상영했다. 이번 심포지움의 주제는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의 가치와 존폐에 관한 근본적인 성찰이었다.

9월27일 강연에는 본교생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과 소속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박경미 교수(기독교학과)는 ‘장기적으로 토론하고 심층적으로 생각하자’는 표어를 제시하며 행사를 시작했다.


△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 “핵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할까?”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은 원자력발전과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발행인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사고로 환경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발행인은 “그간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절망적으로 생각했는데, 이 끔찍한 사고를 보면서 결코 그만둘 수 없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교훈을 찾아 원전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후쿠시마는 지금도 언제 방사능이 유출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한 상태”다.

원자력발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7월11일 발행된 클로드 알레그르(Claude Allegre)의 「원자력, 대안은 없다」라는 책의 추천사를 제시했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국제원자력기구 장인순 원자력에너지자문위원은 ‘원자력은 분명히 치명적 딜레마가 있지만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김 발행인은 “이는 원자력개발에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이 ‘치명적 딜레마’를 인식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에 의하면 원자력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그는 교토대 원자력연구실 고히데 히로아키(小出裕章) 조교수의 말을 빌어 “원자력이 기술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리적 결함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는 도저히 원자력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윤리적 결함으로 그는 목숨을 무릅쓴 노동이 최하층 노동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꼽았다. 원전은 가동되지 않는 동안은 물론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끊임없이 관리를 담당하는 작업원을 필요로 한다. 그 일은 ‘도쿄에서 펜대 굴리는’ 공무원이 아닌 하청․재하청 노동자의 몫이다. 김 발행인은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행위를 애국 영웅이라고 칭송했지만 사고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결함은 원전의 위치가 비도시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에는 단 한 곳의 발전소가 있으며, 이마저도 곧 폐쇄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인 서울의 소비 전력은 타 지역의 원전 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셈이다. 김 발행인은 “원전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방사능을 유출하며, 이는 원전이 설치된 지역에 장기적인 피해를 입힌다”고 말했다. 또 서울은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실질적으로 거주하고 있어 전력 소비량이 높음에도 원전의 위험성은 전혀 부담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발행인은 시민협의회 구성, 지역별 정전의 날 지정 등 구체적인 실천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국가 발전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국민의 인식 때문에 한국 원전의 전면 폐쇄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경주환경운동연합 김익중 상임의장 “원자력, 필요악인가?”

경주환경운동연합 김익중 상임의장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의 현황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일본의 동북부 해안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의 1~4호기의 냉각기능이 마비됐다. 그 사이 액체 상태로 변한 수소는 압력용기 바닥을 뚫은 후 땅을 파고 지구의 중심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김 교수는 “원전 폭발로 일어난 수소폭발은 아직까지도 핵반응을 일으키고 있고, 현재로서 이를 멈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류 역사상 대표적 원전 사고를 예로 들어 핵 사고의 확률을 높이는 원인들을 설명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원전의 개수를 꼽았다. 전 세계 477개의 원전 중 원전 보유수 순위 상위 5개국(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한국)이 가진 원전은 절반이 넘는다. 김 교수는 “핵 후진국이라 불리는 불가리아, 멕시코 등의 국가에서는 핵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원전 수가 가장 많은 나라들에서만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그 수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이 말하는 두 번째 원인은 노후 원전이다. 이번 후쿠시마 핵 사고에서도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찾을 수 있다. 후쿠시마에 있던 10개의 발전소 중 노후한 순으로 1,2,3,4호기가 차례로 폭발했다. 김 교수는 “우연히 노후한 정도의 순서대로 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약 0.05%에 지나지 않는다”며 “폭발에 원전의 나이라는 변수가 작용했다는 것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전 폐지를 주장하는 김 교수는 우리나라 핵 산업계의 투명도에도 의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에 21개의 발전소가 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첫 상업 운행을 시작한 후 원전에서 647번의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숫자는 무의미하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를 은폐해왔고, 그 과정에서 발각된 사례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강연을 마치며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핵 원전 폐지를 강조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의 핵 폐지 선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유럽 국가 중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핵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며 “왜 우리나라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한 정영화(신학 전공 석사과정)씨는 “원자력 체제의 문제점과 일상생활과의 연관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왔다”며 “다른 사람에게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줄 때 무엇을 강력하게 주장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학생 배민환씨는 “요즘 학교에서 원전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오늘 강의를 통해 ‘원전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필요 없다’로 생각을 바꿨다”며 “원전의 대안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28일에는 장윤재 교수(기독교학과)가 ‘선악과, 원전, 그리고 생명의 미래’, 문규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가 ‘원전과 생태민주주의, 하느님 나라’를 주제로 강연했다. 또 29일에는 일본의 핵 재처리 공장 건설에 저항하는 지역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 ‘롯카쇼무라 랩소디六ヶ所村のラプソディ(2004)’가 상영되고 감독 카마나카 히토미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었다. 행사기간 동안 중강당 앞에서 다큐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의 반핵 사진전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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