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 비율은 꾸준히 늘지만 올해 개성된 영어강의 83개 중 10개는 한국어로만 진행

본교에서 개설되는 영어강의 일부가 영어만 사용되는 것이 아닌 한국어와 함께 사용되거나 한국어로만 수업되고 있었다. 기자가 이번 학기에 열린 83개 영어 수업을 조사했다. 그 결과 28개(33.73%) 수업은 영어와 한국어가 병행됐고 10개(12.04%) 수업은 아예 한국말로 진행되기도 했다.

 

△영어강의 83개 중 10개는 한국어로만 진행, 28개 영어강의는 한국어와 영어 병행돼

기자가 조사한 결과, 38개(45.78%)의 수업이 교수의 영어 실력과 학생 수준에 따라 강의의 일부나 전부가 한국어로 진행됐다.

강의 전부가 한국어로 진행된 수업은 10개(12.04%)였다. 지난학기에 열린 한 조형예술대(조예대) 영어강의에서는 교수가 수업을 들으러 온 외국인 학생에게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어로 수업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이 강의를 수강한 ㄱ씨는 “영어가 불편하다는 교수의 사정 때문에 영어강의를 들으러 온 외국인 학생이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어와 한국어가 병행되는 강의는 28개(33.73%)였다. 이 중 한국어가 반 이상 사용되는 강의는 10개(12.04%)였고 수업 마지막에 한국말로 요약해주는 수업이 2개(2.40%), 한국반과 영어반으로 분반된 수업은 2개(2.40%)였다.

조예대의 한 실습과목 역시 영어로 개설됐지만 교수의 영어실력이 부족해 수업의 반 이상이 한국어로 진행되기도 했다. ㄴ씨는 “전공 필수과목인 실습과목이 영어강의로만 개설돼 억지로 강의를 들었다”며 “실기수업에는 교수와 학생이 일대일로 갖는 시간이 많은데 이 시간에는 80% 한국말이 사용 된다”고 말했다.

한 분반 안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모둠, 한국어로 수업하는 모둠을 나눠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이렇게 진행된 수업은 2개였다. 작년 2학기 골프수업을 영어로 들은 ㄷ씨는 “운동과목이라 재미있게 영어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정작 수업은 한국어반과 영어반으로 나뉘어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수의 영어실력, 학문의 특성 고려하지 않고 영어강의 진행돼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영어강의 시스템이 교수의 영어실력과 학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학문의 특성에 따라 영어나 한국어 중 어떤 것이 학생들이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쉬운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음악대학의 실기수업인 한 영어강의에서 교수는 한국말로 설명을 한 뒤, 더듬더듬 영어로 번역했다. 교수도 계속해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번거로운지 남은 20분 동안 한국어로 수업을 했다.

수강생 ㄹ씨는 “학생과 교수 모두 영어가 서툴러 수업이 대부분 한국말로 진행 된다”며 “예술성이 요구되는 용어를 영어로 억지로 바꾸려다보면 학생들도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ㅁ교수는 “영어강의를 하는 교수들이 대부분 원어민이 아닌 한국인이라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가 완벽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ㅂ교수는 “수업 내용 중 국내 실정 및 관련 법규에 관한 것은 한국어로 설명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만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이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비율은 계속 증가…글로벌 역량을 강화되고 국제화지수를 상승시키기 때문

본교에서 개설되는 영어강의의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에는 영어강의 비율이 16.51%, 2006년에는 18.29%이고 2007년, 2008년에는 각각 27.43%과 27.81%로 점차 증가했다. 2010년에는 42.386%로 27.47%인 2008년의 영어강의 비율에 비해 약20% 정도 늘어났다.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간지 대학평가의 국제화지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무과는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지면 대내적으로 본교생의 글로벌 역량이 강화되고 대외적으로는 각종 대학평가의 국제화지수 부문에서 평가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2010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는 ‘국제화’ 평가부문이 전체 만점 350점의 20%인 70점이다. 이 중 ‘영어강의 비율’은 20점(국제화 부문의 29%)을 차지한다. 영어강의에 관련된 국어정책토론에 참가했던 서울대 이병민 교수는 "대학 순위평가에서 국제화 지수가 중요시되고 외국인 학생 수와 영어 강의 등이 잣대로 적용되다 보니 대학들이 영어강의를 너도나도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 측은 올해 고용된 몇몇 신임교원의 계약조건에 ‘한 학기에 영어강의 1개 개설’을 조건으로 두기도 했다.

ㅁ교수는 영어강의의 질을 신경 쓰지 않고 무분별하게 영어강의를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립대들이 얼마 전부터 경쟁적으로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것이 신문사의 대학지표 때문이라면 대단히 문제다”라며 “교육의 수혜자는 학생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교육의 질에 신경 쓸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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