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상담, 거리 건강 체크 프로그램 등 진행


(가)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살림의료생협)이 올해 3월 출범했다. 여성주의 단체‘언니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2009년‘여성주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을 결성한 후 2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여성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살림의료생협은 비혼 여성, 노인, 10대 여성, 성소수자 등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돕는 의료생협이다.

살림의료생협에서‘살림’은 여성·마을·건강을 살려낸다는 의미와 여성이 주로 담당하는 살림을 다시 생각해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평구 역촌동에 자리 잡은 이후, 살림의료생협에는 지역 의료생협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지금까지 모인 조합원만 약180명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주치의와 교류하며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산행소모임, 텃밭소모임 등 각종 소모임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살림의료생협은 여성주의와 의료생협의 공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이 의료인과 건강·의료·생활 등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민자치조직으로, 현재 전국에 약100개의 의료생협이 운영되고 있다.

살림의료생협 캔디(별칭) 운영위원은“여성주의에 어떤 것을 엮어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의료생협을 떠올리게 됐다”며“여성이 질환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고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이기 때문에 여성주의와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여성들이 받아왔던 진료의 불합리성도 살림의료생협이 출범하는 데 자극제가 됐다.

기존 진료시스템은 비장애 남성에게 맞춰져왔다. 남성 중심적인 의료 환경에서 여성의 질환은 남성과 달리 병 자체로 인식되지 않았다. 캔디 운영위원은‘남성환자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뇌질환과로, 여성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정신과로 보낸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살림의료생협은 기존의 병원이나 의원과는 다르다. 일반 병원이 짧은 시간 안에 환자를 빠르게 진단하는데 반해 살림의료생협에서 진행되는 주치의 상담 프로그램은 환자마다 약30분의 진료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동안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건강상태 전반에 대한 얘기가 오간다. 캔디 운영위원은“일반 병원에서는 시간에 쫓기면서 진료나 치료를 받아야 했다면 이곳에서는 나를 잘 아는 주치의와 편하게 건강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의 치료보다 조합원들이 건강한 몸을 지키도록 돕는데 주목하는 것도 살림의료생협의 특징이다. 살림의료생협은 지역주민과 조합원이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월26일부터 매월 한번씩 주치의 상담사업이 진행돼 왔다. 5월12일부터는 불광천 거리 건강 체크가 열리고 있고, 18일(토)부터는 건강 실천단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캔디 운영위원은“건강 실천단은 조합원들이 만성질환을 사전에 관리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조합원들은 현미채식, 운동 등을 함께 하고, 서로를 독려하며 건강상태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림의료생협의 단기적인 목표는 내년에 주치의제도와 일차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여는 것이다. 운영위원들은 현재 가정의학과, 한의학과, 치과 등의 진료과목을 준비하고 있다.

정식의료기관을 열기 위해 살림의료생협은 300명의 조합원과 3천만원의 출자금을 모으고 있다. 캔디 운영위원은“의료생협은 조합원이 소유 및 운영에 참여하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며“꼭 여성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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