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지원생 휴학·자퇴로 자연대 공동화
약대 지원생 휴학·자퇴로 자연대 공동화
  • 이채강 기자
  • 승인 201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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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3학년 학생 약300명 중 88명 자퇴…6년제 약대 지원을 원인으로 추정

약학대학(약대) 진학을 위해 학부 2학년 이상을 마친 자연대 학생들이 대거 휴학·자퇴했다.

올해 6년제 약학대학(대학에서 학부 2년 이상을 수료하고 약대에 진학해 나머지 4년을 마치는 과정)이 처음으로 시행되면서 본교 자연과학대학(자연대) 학부생의 자퇴율이 급증했다. 이는 학과 내의 분위기와 강의 진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대 지원 학생들의 자퇴로 본교 자연대에 공동화 현상 나타나

자연대 김성진 학장에 따르면 작년 12월 자연대 3학년 학생 약300명 중 88명(29.3%)이 자퇴했다. 이 중 16명은 수리물리과학부, 72명은 분자생명과학부 소속이었다.
김 학장은“한 학년을 보통 300명으로 추정한다”며“약대 지원 시점인 12월에 자퇴한 학생들은 대부분 약대에 지원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 학부에서 높은 자퇴율이 나타난 원인은 학생들이 약대 진학을 목표로 생명과학과, 화학·나노과학과 등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과 연관성이 높은 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대한화학회에서 2009년 2학기 전국 주요 16개 대학교 화학계열 1, 2학년 학생 1천254명을 대상으로 약대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결과, 2학년 학생의 약14%, 1학년 학생의 약 31%가 약대 입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년제 약대의 첫 시행 대상이 되는 당시 1학년 학생들 중 상당수가 약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화학계열 전공을 선택한 셈이다.

의·치·약학 입시전문교육기관 프라임 MD가 전국 35개 약대 중 31개 약대의 신입생을 분석한 결과 주요 출신 대학으로는 본교가 10%로 가장 많았고 성균관대(9%), 고려대(7%)가 그 뒤를 이었다. 출신 학과는 화학과(31%), 생물학과(26%), 공학과(19%) 순으로 나타났다.

△자연과학대학의 학업 분위기, 강의 효율성에 영향 미쳐

자연대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약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어 학업 분위기가 저하되고 학과 행사 진행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ㄱ씨는 2009년 2월 새내기배움터에서 깜짝 놀랄만한 경험을 했다. 의·약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입학한 학생이 있냐는 교수의 질문에 같은 방을 쓰던 약30명의 친구들 중 90% 정도가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ㄱ씨는“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손을 들어 놀랐다”며“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준비하기 위해 친구들 대부분이 휴학한 것을 보면 순수 자연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적어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ㄴ(분자생명·10)씨는“‘떨어지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약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화학나노과학과 학생회에 따르면 올해 2월 녹화제 행사에 175명의 학생 중 13명은‘전과·자퇴’, 22명은‘약대 진학을 위한 휴학’을 이유로 불참했다. 학생회 관계자는“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약대 진학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ㄷ(화학·나노·09)씨는“처음부터 약대 진학을 목표로 했던 친구들은 다른 학교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자연대 전공과목에는 약대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전공 지식이 부족한 타과생들이 몰려 강의의 효율성이 낮아지기도 했다.

이종목 교수(화학·나노 전공)는“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일반화학 강의는 3년 전에 230명 정원이었다”며“최근에는 학생들이 몰려 약400명의 학생이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약대 입학 필수과목인 유기화학을 강의하는 이상기 교수(화학·나노 전공)는“문과 학생을 포함한 다양한 전공생들이 약대 진학을 준비하는 수단으로 강의를 수강한다”며“이로 인해 강의의 효율성이 급속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대 진학은 여학생들에게 더욱 인기…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기 때문

본교 자연대에서의 약대 선호 경향은 약사가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직종이라는 점과  최근 취업난으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약대 열풍은 본교 뿐 만 아니라 여대 안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2011년 약학대학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남자가 3천432명, 여자가 7천249명이었다. 특히 20~24세 여성지원자가 3천 907명으로 가장 많았다.

프라임 MD 유준철 대표이사는“올해 약대 합격생을 분석한 결과 여학생의 비율이 전체 합격생의 약70%를 차지했다”며“약사가 육아와 가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여학생의 선호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6년제 약대의 시행으로 모든 학부생들에게 약대 진입의 문이 열리면서 약대가 취업난을 돌파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연구원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ㄹ씨는 매일 실험실 안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하다. ㄹ씨는“약대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면 자연 과학에 집중하고자 했던 결심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종목 교수는“부모님의 권유나 학생들 사이의 분위기, 언론에 나오는 취업난 보도 등이 학생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상기 교수는“많은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유일한 목표로 두고 공부해왔다”며“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가지 못하고 부모님의 권유에 약대 진학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채강 기자 lck0728@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