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어느날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운동장 산책이나 해볼까 하고 학교에 나왔다. 운동장으로 들어가려 하니 경비원 아저씨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오후10시가 넘어 운동장을 사용하면 학생 신변이 위험하기 때문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조예대 건물에서 야간작업이 금지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학보에 실린 내용을 보니 건물이 늦은 밤까지 열려 있으면 학생들의 치안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12시~5시 출입을 통제하는 중앙도서관 폐쇄도 같은 맥락이다.

여자만 다니는 대학교라는 특성상 밤에 위험한 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그러나‘학교 치안이 걱정된다고 해서 건물을 폐쇄하거나 학생들에게 사용을 금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CCTV를 증설하거나 경비원을 더 고용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지킴이 제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아무리 지킴이가 두 명 이상씩 짝지어 붙어 다닌다고 해도, 전문 경비원이 아닌 학생이 실제로 범죄자가 나타났을 때 그를 제압할 수 있을까? 게다가 지킴이 활동 시간 이후에도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어쩌다 학생문화관에서 밤늦게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ECC와 대강당 사이길이나 ECC 윗길은 왠지 으스스해 무서운 기분이 든다. 밤늦게 교문을 지나갈 때는 경비원 아저씨께서 주무시는 모습도 종종 본다. 나는 집에 가는 동안 나를 보호해 줄만한 어떠한 것도 본 적이 없다.

서대문구, 마포구의 범죄율은 최근 3년간 오름세라고 한다. 학교는 범죄자들을 잡거나 그들이 밤에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범죄를 막으려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공학을 다니는 친구들의 학교이야기를 듣는다.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운동장, 시험기간이든 아니든 밤늦게까지 학생들에게 항상 개방되어 있는 건물들…

나도 안전한 학교에서 마음 놓고,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과 학업을 하면서 생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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