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운에서‘아웃사이더’되기
외국인 타운에서‘아웃사이더’되기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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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아프리카’편을 마지막으로 총 4회를 기획했던‘서울 속 내 고향’의 연재가 끝났다. 비좁다고 생각했던 서울이 넓다고 느껴지게 한 여정이었다.

2011년, 서울에는 다양한 나라의 문화들이 공존하고 있다. 연재된 곳 외에도 이촌동의 일본인 마을, 반포동 서래마을 등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 필자는 이 다양한 곳들 중 독자들에게 어디를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렸던 선택은‘중앙아시아’,‘중국’,‘러시아’, ‘아프리카’였다. 한국이 세계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이들의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본 라멘과 초밥을 즐겨먹고 프랑스 샹송을 듣지만 가나의 신간 영화라든지 러시아의 대중가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 중진국 및 개도국 문화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올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계 인구는 6천657명으로 국내 체류 유럽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중앙아시아와 중국계 체류자는 68만4천882명으로 전체 아시아계 체류자 중 65%를 차지하며 아프리카계 인구는 8천105명이다. 시야를 좁혀 이화 속을 들여다보자. 올 봄 본교에는 몽골 주부 잠강씨가 보건관리학과에 입학했다.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본교에서 진행하는 EGPP 장학생으로 선정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Ewha-KOICA의 일환으로 짐바브웨,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온 졸업생 20명이 이화 동창회를 가졌다.

하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관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들 문화권과 우리 사이의 관계는 소원해 보인다. 이번 취재를 하며 필자는 러시아타운, 몽골타운 등지에서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봤다. 이들 중 대다수는 한국인에 대해 적잖이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였다.

한국 중앙사원 부근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무슬림 여성 키냐씨는“이슬람교하면 테러리스트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는 편향된 정보만을 가지고 문화권 전체를 판단하려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견해는 무슬림 뿐만이 아니었다. 이화시장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콩고 출신 ㄱ씨는“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인들을 대할 때 아직도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한다”며“그 나라 문화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도 않은 채 편견만 가지고 대하는 안일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나이지리아 식당에서 마주친 한 대학원생은“처음에는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고자 했으나 이제는 이곳에 남아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타운의 한 옷가게의 점원들은“한국인과는 교류하지 않는다”며 필자를 가게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일까. 이들 문화에 대한 우리의 무지와 고정관념이 그 시발점은 아니었을까. 타 문화에 대한 무지는 개인이 사회에 표류하는 편협한 고정관념으로 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이들과 우리 사이에 묘한 긴장관계를 만든다.

프랑스 철학자 니콜 라피에르의 저서「다른 곳을 사유하자」의 서문은 철학자 몽테뉴의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관습이 아닌 것을 야만이라 부른다. 우리는 자기가 사는 고장의 풍습이나 견해에서 얻은 사례나 관념만이 오로지 진리나 이성의 규범인 것처럼 생각한다.”하나의 관념만을 진리로 규정할 때 사고의 발전이란 없다.

이 책에 소개된  학자들은 망명, 여행 등과 같은 물리적인 이동을 경험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머물지 않았던 곳, 미처 생각지 못했던‘다른 곳’에 자신을 두고 사고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지사지의 자세를 보여준 이는 시대를 깨트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간다.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지금, 한국인의 정서에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줘야할 때가 왔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곳에 자신을 두고 사유해보자. 이번에 필자가 소개했던 곳들을 탐방해보는 것은 어떨까. 외국인 타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주류’가 아닌‘아웃사이더’로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렇게‘다른 곳’에서 사유를 시도할 때, 비로소 한국 속 외국인과 우리 사이의 긴장관계는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