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온 이화인과 만나는 ‘서울 속 내 고향’ <3>
외국에서 온 이화인과 만나는 ‘서울 속 내 고향’ <3>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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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팬 케이크 한 입으로 러시아의 봄을 맛보다


 <편집자주> 본교 외국인 학생 수는 2008년~2010년 매해 약10%씩 증가했다.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작년 본교의 외국인 학생 수(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어학연수생, 교환학생, 방문학생, 기타연수생)는 2천776명이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외국인 학생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찾는 장소, ‘서울 속 내 고향’을 소개하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알아본다.


“언니요? 그냥‘룩산드라’라고 불러주세요.”
  한국 배우러 대륙에서 온 유학생 두 명


아이누라(경영·10)씨와 룩산드라(정외·09)씨는 한우리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아이누라씨는 카자흐스탄에서 룩산드라씨는 루마니아에서 각각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2009년, 2008년에 본교로 오게 됐다.

 아이누라씨는 급성장한 한국 경제에 호기심이 생겨 한국으로 유학 왔다.

“지난 5년간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단기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한국 경제를 공부해보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죠.”

룩산드라씨는 루마니아에서 부전공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던 중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한국에 왔다.

그들은 한국문화의 특이점으로 연배가 차이 나는 이에게‘언니’,‘오빠’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을 꼽았다.
“루마니아에서는 나이 차이가 있어도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친구처럼 지내요. 아이누라도 저보다 4살이나 어리지만 그냥 친구처럼 지내죠. 앞으로 만나면 그냥 '룩산드라' 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룩산드라씨와 아이누라씨는 본교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아이누라씨는“전공지식, 한국어 등 이화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내 꿈에 다가설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



루마니아에서 온 룩산드라(정외·09)씨와 카자흐스탄에서 온 아이누라(경영·10)씨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 문화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루마니아와 카자흐스탄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반세기가 넘도록 소련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루마니아는 1945년 소련의 영향으로 인민공화국이 됐다가 1990년 민주화됐으며, 카자흐스탄은 1936년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소련에 편입됐다가 1992년 3월 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나라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소련의 영향권 하에 있어서 식문화나 언어 등 기본적인 문화는 러시아와 같다고 해도 무방해요.”

룩산드라씨와 아이누라씨는 한우리집에 사는 러시아 문화권 친구들 서너 명과 자주 모임을 가진다.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은 서울시 동대문구 광희동의 러시아 타운이다.

동대문구 광희동은 한국 최대의 중앙아시아촌이다. 주말이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몽골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와 보부상 수백 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처음 이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은 러시아인이었다. 광희동 금호타운 지하에서 10년 넘게 문구점을 운영해온 이병익 사장은“1990년 한·러 수교가 이뤄진 이후, 무스탕과 가죽 무역이 활발해지자 동대문 의류상가와 가까운 광희동에 러시아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며 “그 후 러시아어가 통하는 우즈베키스탄인, 카자흐스탄인들이 모여들어 식당, 옷가게 등 상업시설을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중앙아시아촌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아이누라씨와 룩산드라씨가 즐겨찾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카페에서는 언제나 러시아 대중가요를 들을 수 있다. 카페의 창가에는 러시아의 전통악기인 발랄라이까도 놓여있다.

아이누라씨는“그곳에서는 러시아에서 유명한 대중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며 “노래를 듣고 있자면 고향 시내에 있는 카페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이들이 후식으로 즐겨먹는 음식은 러시아 팬케이크‘블리늬’와 홍차 한잔이다.

반죽할 때 유제품을 첨가해 쫄깃쫄깃한 블리늬는 묽은 반죽을 팬에서 부쳐내고 그 위에 꿀, 쨈, 연어알, 치즈 등 여러 가지를 얹어 감싸 먹는 음식이다.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룩산드라씨는“블리늬를 가장 많이 먹을 때는 봄맞이 축제인‘마슬레니차’때”라고 말했다.

마슬레니차는 러시아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떠나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의식으로 2월 말~3월 초 각 마을에서 열린다.

“블리늬는 동그란 모양이 태양과 닮아서 햇볕이 대지에 가득 내리쬐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기간에 꼭 먹어요.”

블리늬를 먹고 난 후에는 따끈한 홍차 한잔을 마신다. 아이누라씨는“기후가 추운 북쪽 지방에서 홍차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며“따뜻한 홍차 한 잔으로 몸의 냉기도 덜고 건조한 실내에 가습효과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가정에서는 찻주전자인 사모바르(samovar)에 하루 종일 물을 끓여 수시로 홍차를 마신다. 주전자에 알맞은 양의 홍차를 넣고 사모바르에 끓는 물을 부어 충분히 우려낸다. 우려낸 후에는 받침대가 붙은 큰 컵에 홍차 원액을 따라 적당히 희석해서 마신다.

러시아 타운의 거리에는‘Russia Market'이라고 적혀있는 식료품점이 드문드문 보인다. 주로 고려인이 운영하는 이들 식료품점에서는 러시아식 소시지와 견과류, 그리고 보드카와 같은 주류를 판매한다. 

아이누라씨는“러시아를 포함한 북쪽 사람들은 보드카를 즐겨 마신다”며“보드카처럼 도수가 높은 술은 겨울에 영하 30~40도에 육박하는 추위 속에서 언 몸을 녹여준다”고 말했다.

룩산드라씨는 이곳 식료품점에서 종교적 단식기간에 먹는 해바라기 씨앗들을 엿당으로 굳힌‘할바(halva)'를 구입한다. 룩산드라씨는“루마니아는 인구의 86%가 그리스정교를 종교로 삼고 있다”며“매년 이어지는 단식기간에는 몸과 정신을 맑게하기 위해 육류나 계란, 유제품을 먹지 않고 할바나 채소, 과일 등을 섭취한다”고 말했다.

식료품점 주인 소피아(Sophia)씨는“한국 땅에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손님들이 자주 가게를 찾는 편”이라며“이 부근에 사는 사람 뿐 아니라 강남, 분당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 러시아식 견과류, 소시지, 치즈 등을 구매해간다”고 말했다.

골목 귀퉁이에 위치한 문구점과 휴대 단말기 판매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국제전화 카드다. 아이누라씨와 룩산드라씨 역시 고향에 전화하기 위해서 이곳에 와 전화카드를 사간다. 아이누라씨는“휴대폰으로 통화하기에는 국제 통화료가 비싸기 때문에 전화카드를 사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휴대 단말기 판매점 인근 공중전화박스에는 외국인들이 고향에 통화를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에요. 피부색깔도 생김새도 다양하죠. 하지만 우리에겐 모두 공통점이 있어요. 낯선 한국 땅에서 고향을 그리워 한다는 점이죠.”

말하는 아이누라씨의 눈동자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서렸다.

 

        최은진 기자 perfectoe1@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