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지난 해 12월17일,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작은 도시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청년 무함마드가 24년 동안 계속된 벤 알리의 독재 정치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항거하며 분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튀니지 시민들은 대대적인 민주화 시위를 벌여 독재 정권을 몰아내고 시민 정권 수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서방 세계에서는 이러한 민주화 혁명을 튀니지의 국화(國花)를 따서‘재스민 혁명’이라 명명했다. 이러한 민주화의 바람은 이집트와 리비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 전역에 퍼지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아랍권 국가들의 독재 체제가 최근 1, 2년 사이에 민주화 혁명과 거세게 부딪치게 된 요인은 SNS의 발달에서 비롯된 소통의 네트워크에서 찾을 수 있다. 시위 주도 세력인 청장년층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이용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시위 계획을 공유했으며, 전 세계에 자국의 상황을 알려 도움을 요청했다.

이처럼 민주화 과정에서 SNS의 역할이 커지자,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의 특정 SNS에서 ‘재스민’,‘재스민 혁명’등의 단어 검색을 차단 조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랜 민주화 운동을 거쳐 민주주의를 뿌리 내린 한국에서는 SNS를 비롯한 인터넷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IT산업의 선두주자인 한국에서는 빠른 속도로 SNS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현상도 발생하곤 한다. 그 예로 SNS의 아이디로 특정 사이트의 게시판에 댓글을 달면 본인 SNS에 관련 댓글과 URL이 함께 기재되는‘소셜 댓글’논란을 들 수 있다.

소셜 댓글은 유익한 내용의 댓글과 정보의 공유, 확산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한층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SNS 공간은 공적인 미디어보다 선거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정치 운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실명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주장은 많은 비판을 받고 결국 지난 3월 9일, 방통위는 소셜 댓글에 대한 본인확인제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대중들은 SNS 공간에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실명제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을 위기에 처하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개인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권력과 깊이 연계되어있다. 따라서 대중은 실명제를 통한 정치적 의견 개진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까 두려워하며 권력을 향한 비판을 삼가게 되고 이는 권력계층과 대중 간의 괴리를 심화시킨다. 민주 선거의 4대 원칙 중 비밀 선거가 꼽히는 이유는 국민이 권력 작용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인한다.

현 제도의 이러한 비밀 선거 원칙을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인터넷 상에서 표현하는 개인의 정치적 견해에는 신분의 비밀 보장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관된 기준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정치 참여를 지극히 제한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즉 국민의 정치 활동을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 한정하고, 그 대표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 정치 활동 영역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한국은 분명 아랍권 국가들보다 먼저 민주화에 앞장 섰다. 그러나 한국이 민주주의를 완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본래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해 나가는‘단계적 과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 간의 자유로운 소통은 가장 이상적인 민주주의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수단이다.

오는 6월, UN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인 한국 인권 실태보고서는 2008년 이후 인터넷상 의사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제한한다는 근거를 내세워 한국의 인권 침해 우려의 내용을 담고 있다. SNS 등 새롭게 태어난 미디어로 인해 소통의 범위가 더 넓어졌다면, 국가는 이를 제한하려 할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올바른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 국민들은 인터넷 공간이 고대 아고라 역할을 하기엔 신뢰성과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책임이 전제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

지구 반대편에 가득한, 민주주의로의 간절한 열망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남아있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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