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바야흐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다. 곳곳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첫인상 종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렇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어딜 가나 상대로부터 호감을 사기 마련이고 이런 감정들은 이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테니 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112명 중 90% 이상이 취업 시 구직자의 외모가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면접관을 사로잡는 미친 존재감’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비결들이 떠돌고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난 것 중 하나가 면접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가벼운(?) 성형마저도 불사하는 현상이란다. 이는 구직자들이 자신의 첫인상마저도‘스펙’의 하나로 여기면서 나타난 것이리라. 하물며 사랑하는 이를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푼 소개팅, 미팅 자리에서도 우리는 대부분 첫인상, 첫느낌에 의존해 그 이후의 만남을 결정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5초라고 한다. 5초라는 짧은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벌써 상대방에 대한‘스캔’을 마치고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려버리는 것이 바로 우리가 목매고 있는 첫인상의 실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흔히들 첫인상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우리들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시작이 반이다’,‘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많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게 꽤 여러 개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가 시작만이 중요하다고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공지영 씨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나는 흥미로운 구절을 읽었다.

“엄마 어떤 남자를 만나야 돼?”

딸의 질문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그녀의 대답은 우리가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유종의 미’를 담고 있다. 이는 비단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만은 아닐 것이다. 잘 헤어질 남자, 끝이 아름다울 남자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첫 눈에 반하는 남자를 만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울지 모른다.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했으나 나쁜 끝인상으로 마무리 된다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경우가 꽤 많지 않은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어날수록 이런 경우는 더 자주 생긴다. 혹자에게는 자기 자신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수도 있으리라.

분명 좋게 시작한 친구나 연인 사이임에도 헤어짐의 순간에서 상대에게 말도 못하게 실망해 대인관계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취업의 기쁨에 신나서 들어간 회사에서도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나쁜 이미지만 남긴 채 퇴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새학기가 시작됐으니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불교의 윤회(輪廻)사상 중에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는 법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길게는 평생, 짧게는 몇 달을 헤어져 있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아니겠는가. 그러나 헤어짐이 그 사람에 대한 추억마저 바라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헤어질 때의 뒷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영화 <김종욱 찾기> 속의 임수정은 끝을 아는 게 두려워 책도 끝까지 읽지 않고 마지막 하나 남은 호두과자는 결코 먹지 않는다. 누군가 내게 그녀의 방식에 동의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멀게만 느껴지지만 사실은 가까이 있는 그 끝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보려고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봄이 아무리 찬란해도 지난 겨울이 있어 봄이 온 것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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