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10일(목) 교내 A복사 업체에서 약4만원짜리 전공 필수과목 교재를 1만5천원에 제본했다. ㄱ씨는“제본을 통해 시중 판매가보다 2~3만원 싸게 교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A복사 업체 관계자는“하루 평균 20~30명의 학생들이 한 학기 진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복사해 달라고 한다”며“A4 용지 한 장에 두 장씩 축소복사 하면 교재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재를 불법복사 하는 일이 교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교재를 임의로 복사하는 것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학생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복사업체를 찾고, 업체에서는 복사를 해주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사 및 제본 관련 업체에서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으로 복제된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133조에 따라 수거·폐기될 수 있다. 저작권을 가진 대상이 불법복사를 한 업체를 고소할 경우 저작권법 제136조(권리의 침해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기자가 8일(화)~9일(수) 교내외 복사 업체 16곳에 전권 복사를 문의한 결과 12곳(75%)이 복사를 해주겠다고 답했다. 업체는‘한글판 도서의 단속은 심하니 영문판 도서만 가져와라’,‘책을 압수당할 수 있지만 학생이 괜찮다면 복사해 주겠다’,‘부분복사만 가능하니 책을 반씩 나눠 이틀에 걸쳐서 복사하자’,‘한 권은 해줄 수 없고 친구들을 모아 오면 여러 권 복사해 주겠다’등의 대답을 했다.

A복사 업체 관계자는“불법 복사 단속은 평일에 이뤄지기 때문에 전권 복사는 보통 주말에 한다”며“복사 업체에서 책을 복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B복사 업체 관계자는“수업시간에 컴퓨터를 활용하게 되면서 교내 복사 업체의 일이 많이 줄었다”며“단속에 적발될 것을 감수하면서도 일이 많이 들어오는 학기 초 불법 복사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전권 복사를 맡기는 학생에게 단속이 없을 때 오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복사 단속이 11년동안 시행돼 왔지만 대학가의 불법 복사는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1년 하반기부터 매 학기 전국 대학 내외의 복사 업체를 대상으로 불법 복사 단속을 시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4월,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 210곳, 하반기에 341곳의 복사업체가 적발됐다.

본지 1305호(2007년3월9일자)‘복사 교재가 사라진다’에 따르면 2006년 A복사 업체는 불법 복사물에 대해 벌금 70만원을 물기도 했다.

불법 복사를 한 학생들은 교재값이 비싸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저렴하게 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ㄴ(통계·09)씨는 이번 학기 4권의 전공 서적을 구입했고 한 권을 제본했다. ㄴ씨는“정가가 4만5천원인 교재를 한 학기 동안 배울 부분만 발췌해 복사했더니 7천원도 들지 않았다”며“제본을 더 하고 싶었지만 4권 모두 개정판이어서 교재를 사는데 14만원을 지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학기 5권의 교재를 마련하기 위해 약20만원을 지출한 ㄱ씨는“공동구매를 하면 판매가보다 최대 1만원 싸게 살 수 있지만 모든 수업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신입생이라 단대 벼룩시장이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갔을 때는 이미 필요한 책이 다 팔린 상태였다”며“학생회에서 벼룩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저작권 보호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ㄷ씨는“책을 복사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며“고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책을 제본해 줬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제본된 책을 샀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학생들이 인식을 전환하고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김범상 주무관은“판매 수입이 없으면 저작자는 새로운 책을 쓰고 싶은 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며“벼룩시장, 공동구매가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중앙도서관에서 충분한 도서를 구비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고책 거래 인터넷 서점 북코아의 김현경 대리는“도서의 상태에 따라 정가의 50~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채강 기자 lck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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