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지(사회·10)씨는 7일(화) 자취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집 앞에서 2시간 동안 서있어야 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비밀번호는 모두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며 “휴대전화가 없으면 비밀번호나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노트북, MP3 등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매일 사용하는 전화번호나 비밀번호 등을 떠올리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 고노 임상 의학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치매 진단 방법’에 따르면 7개 문항 중 4개 문항 이상에 해당되는 사람은 디지털 치매 현상을 의심해봐야 한다.(글상자 참고)

기자가 14일(화)~16일(목) ‘디지털 치매 진단 방법’을 통해 본교생 3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16명(53.3%)이 디지털 치매 현상을 겪고 있었다. 7개 문항 중 6개 문항에 해당되는 학생은 3명, 5개 문항에 해당되는 학생은 7명, 4개 문항에 해당되는 학생은 6명이었다.

본교생이 가장 많이 해당되는 항목은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집과 가족 전화뿐이다’로,  응답자 중 22명(73.3%)이 해당됐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15명(50%),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전에 만났던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16명(53.3%)이었다. 응답자 중 13명(43.3%)은 ‘“왜 같은 말을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항목에 해당된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늘 갖고 다니기 때문에 전화번호, 계좌번호, 일정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지수(의류·07)씨는 “휴대전화에 전화번호, 계좌번호, 일정, 시간표 등 모든 것을 기록하기 때문에 자주 쓰는 계좌번호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다영(화학·07)씨는 “필요한 정보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서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정보를 따로 기억한 적이 드물다”며“휴대전화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지(식영·07)씨는 “휴대전화가 없을 때는 메모장을 갖고 다니며 메모했었는데, 요즘은 휴대전화에 메모한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ㄱ교수(정신과)는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이 기억하거나 계산하는 데 집중력 부족을 보이는 현상”이라며 “주로 디지털 기기를 많이 이용하는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ㄱ교수는 이어 “디지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노트북 대신 필기구를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치매 진단법>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집과 가족 전화뿐이다.
▲친구와의 대화 중 80%는 채팅이나 이메일로 한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신용카드 계산서에 서명할 때 외에는 거의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는다.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전에 만났던 사람이었던 적이 있다.
▲“왜 같은 얘기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장치를 장착한 뒤 지도를 보지 않는다.

※ 위 문항 중 4개 문항 이상에 해당 되면 디지털 치매 의심 대상자.

제공: 일본 고노 임상 의학연구소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