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자 여성들의 조곤조곤한 말소리, 울먹이는 소리, 웃음소리가 12개의 스피커에서 동시에 들려온다. 전시장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다른 스피커의 말소리는 줄어들고, 가까운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한 여성의 이야기가 크게 들린다.

제6회 서울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출품작인 ‘허스토리 뮤지엄 프로젝트(Herstory Museum Project)’가 10월24일까지 서대문구 정동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에서 열린다. 조덕현 교수(회화판화 전공)와 본교 회화판화 전공생 12명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여성사’를 주제로 실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 삶의 가치를 재검토하고자 마련됐다. 전시는 19~91세 여성 약10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제작됐다.

전시장은 네 개의 방으로 이뤄져있다. ‘Room 1’에서는 55명의 여성들이 남녀 간의 생각 차이, 가정 폭력,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한 내용이 12개의 스피커에서 동시에 흘러나온다. 한 20대 여성은 “스무살 여성으로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정신적, 외적 잣대 때문에 슬픔을 느낀다”고 털어 놓는다. 한 중년 여성은 형편이 어려워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고, 또 다른 20대 여성은 자기계발 도서만 인기도서 목록에 오르는 사회를 비판했다.

‘Room 2’에서는 40여명의 여성이 부른 각자의 애창곡이 흘러나온다. 한 중년의 여성은 김영춘의 ‘홍도야 우지마라’를, 한 20대 여성은 소녀시대의 ‘Kissing You’를 부른다.

각자의 요리법을 이야기 하는 ‘Room 3’에 들어서면 신문지로 싼 오브제(물체를 뜻하는 불어)가 눈에 띤다. 스피커다. 한 스피커는 ‘대학생 街頭(가두) 데모 사흘째’라는 기사가 적힌 신문지에 포장돼있다. 기자가 옆으로 다가서니 갈비찜 요리법을 들려주는 할머니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번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한 손예인(회판·06)씨는 “신문은 남성의 시선에서 기록된 거대 서사를 뜻한다”며 “이러한 신문과 여성의 소소한 삶 속 지혜를 상징하는 요리법이 충돌하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관람한 윤혜진(서울시 서대문구·36)씨는 “소리를 통해 여성들의 다양한 삶에 접근한 것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조덕현 교수는 “이화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심슨기념관에 기존 히스토리(history)가 아닌 허스토리(herstory)를 담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여성들의 목소리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되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허스토리 뮤지엄 프로젝트의 관람 시간은 화요일~금요일 오전10시~오후9시다. 토요일,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전10시~오후7시다. 월요일은 휴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이소현 기자 sohyunv@
사진 제공: 조덕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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