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이화 역량 극대화할 것…여성 지성 공동체로서 사명 지키겠다

제14대 김선욱 총장, “이화 역량의 핵심은 기독교 정신과 이화의 가치…이화인들이 사회적 책무 다하는 인재 될 수 있도록 교육·연구 환경 개선하겠다”

 

제14대 김선욱 신임 총장

김선욱 교수가 8월 1일 제1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본지는 10일 (금) 김선욱 총장을 만나 임기 동안의 계획과 그가 그리는 이화의 미래상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후 1달간 무엇을 느꼈나
이화 살림이 생각보다 크다. 새로운 직책을 맡았으니 파악해야 하는 시간, 새로운 계획을 구상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 모든 업무들을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수행할지 고민이 된다. 또 신임 총장에 대한 이화인들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안다. 이화인들의 마음이 고마운 한편 그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지 책임감을 느낀다.

-법제처장의 업무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
법제처는 관료 조직이라 일정한 부분이 고정돼있다. 때문에 소통에 있어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본교는 외부에서 봤을 때 소통이 원활한 것 같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많은 구성원들이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본교 구성원들이 자유를 추구하고 독립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한 앞으로 변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8월1일 신규 보직발령이 발표됐다. 어떤 기준으로 인재를 선택했나
대부분의 교원들은 보직을 봉사 또는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들은 연구에 전념할 때가 제일 행복한데 보직을 맡게 되면 일정 부분 연구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직을 맡아주시는 분들은 이화를 위한 희생정신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희생정신은 물론, 보직 기간 동안 이화 조직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실 수 있는 분들을 모시려 노력했다.

-‘입후보자 학교 발전에 관한 소견서’에서 취임 후의 계획으로 열린 소통의 제도화,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 확보, 효율적 행정시스템 구축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계획은 무엇인가
열린 소통의 제도화, 연구와 교육의 수월성 확보, 효율적 행정시스템 구축은 별개의 계획이 아니다. 이 세 가지 사안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들을 성취하기 위해서는‘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에서 연구 및 행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특정한 사안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본다. 

-소통은 소견서에서도 많이 강조됐다. 학내구성원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실행 방법을 생각하고 있나
학내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 우선 많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과대학 별, 부속기관 별로 작은 단위에서 의견들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자리를 자주 갖는 것이다. 또 이렇게 이뤄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절차가 확립돼야 한다. 어떤 작은 의견이라도 학교를 향한 소리들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취임사에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의 질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우수 인력 강화와 재직 교원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강화를 꼽았다.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교수진을 우수한 인재들로 구성하는 것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수한 인재가 이화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 현재 재직 교원들이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연구 역량이 강화되면 이는 곧 교육역량으로 연결된다. 학생들은 현재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더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재정적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보다 개선된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면, 정서적인 면이 고려돼야 한다. 재정적인 면은 재정의 마련과 함께, 연구진들이 적정한 보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정적 면보다 우선적으로 확립돼야 하는 것은 정서적인 면이다. 연구진들이 본교에서 자유롭게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고, 모든 연구 활동에서‘본교로부터 지지받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여성 친화적인 교육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교는 여성 문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향해 다양한 여성 정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본교 내 실상을 보면 여성 문제 및 정책에 아쉬움이 많다. 학생 전원이 여학생이고, 교직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본교의 현실상 이때까지 여성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타대보다 부담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교는 여성 정책의 필연성이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본교가 여태껏 사회를 위한 정책 지원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이화 내부 안에서도 여성 정책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이제 실천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출산, 육아 문제로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교직원들도 육아 및 출산과 연구 활동, 직업 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학업과 가정 모두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와 시설을 지원할 것이다. 또 단기간에 집중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 출산 휴가 기간에는 업적평가를 유보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보겠다.

-현재 한국, 그리고 대학의 화두는 세계화일 것이다. 취임사에서 이화 교육의 미래상으로 ‘다문화, 다언어 역량을 갖춘 창조적 인재 양성’을 꼽았다.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다문화, 다언어 역량은 교양 교육에서 강조돼야 한다. 다문화는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퍼지고 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세계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워야 한다. 이는 사회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조건과 연결된다. 다문화에 수반되는 것은 언어다. 영어는 기본이고, 세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인재가 돼야 세계에서 환영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다언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양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더불어 전공영역에서도 다문화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교과과정을 신설하겠다. 예를 들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다문화 가족에 대한 법적 지원 클리닉을 운영하거나, 사회 복지 관련 전공에서 다문화 가족에 대한 복지 클리닉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한편 다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고양시킬 것이다.

-취임사에서 “실수나 실패를 귀중한 경험으로 인정하고 고취시켜 줄 수 있는 이 곳 이화에서는 좌절을 제외한 모든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은 ‘실패 이력서’를 쓰게 해 실패 자체를 소중한 가치로 인정하고 있다. 학생들의 실험 정신을 키우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러 분야에서 도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학교도 교과과정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도전을 지지하고, 격려할 것이다.

-7일(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약계층 학생을 위한 장학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세대 간 장학금’은 취약 계층 중 우수한 학생에게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학비뿐만 아니라 가계 생활비도 부담이 된다. 때문에 학비지원만으로는 해당 학생이 학업에 전념할 수 없다. 취약 계층 중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지원해 학업에서 우수한 역량이 이어지도록 돕겠다.

비용 문제로 인해 처음부터 큰 규모로 시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장학금을 수혜 받은 학생이 훗날 자립해 본인이 수혜 받은 장학금을 자율적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유도해 이 장학 제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겠다. 

-그렇다면 우선 재정이 확충돼야 할 것 같다. 재정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본교는 지금까지 동창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컸다. 발전기금 및 장학기금의 상당 부분을 동창들이 지원해주셨다. 그 동안 본교에 보내주신 동창들의 애정에 감사표시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뜻의 일환으로 ‘18만 이화가족 찾기’, ‘1만 동창 만나기’등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동창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한편, 이화의 정신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들고, 그들이 관심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거액을 기부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도 있겠지만, 소액을 기부하는 다수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외협력처가 더욱 전문적이 돼야 할 것이다.

-11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당시 이야기를 들려달라
1973년 2학기와 1974년 1학기에 11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그때는 민주화 운동이 거셌다.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대강당에서 결의했다. 70년대 학생운동 시절에는 학생과 교수가 서로 보호해주려 했다. 1973년 11월쯤, 대강당에서 민주화를 위한 철야기도회가 있었다. 김옥길 선생님은 당시 철야기도회를 주동했던 학생들을 총장 공관에 숨겨주셨다. 그 덕분에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교수 200명도 동참했다. 학생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의를 느꼈고, 교수와 학생 간의 신뢰가 굉장히 귀중한 가치라고 생각하게 됐다.

-총학생회장 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이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사회가 변한 만큼 학생 문화도 변했으면 좋겠다. 학생 운동, 학생 문화는 그때와 변한 것이 없다. 우리가 그때 민주화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생만이 민주화를 요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성인들은 세상을 향해 바른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각자가 그 역할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세상인 만큼, 학생들도 스스로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좀 더 풍요로운 대학생활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화 공동체의 가장 큰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을 구상하고 있나
이화 역량의 핵심은 기독교 정신과 이화의 가치다. 세상이 변화하고, 삶의 모습들이 바뀌더라도 사회에 대한 헌신, 협력, 책임을 갖는 여성 지성 공동체로서의 사명은 변하지 않는다. 이 사명은 본교 역량의 가장 큰 힘이다. 이 힘에 의해 본교는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에너지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가 이화의 가치를 귀중하게 여기고, 실천한다면 역량 극대화는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화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취업이 어려운 때다. 그러나 공부하는 것이 자신의 평안과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으면 한다. 평생을 통해 이뤄나가야 할 크고 순수한 목표를 갖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이화의 정신을 담아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사회 발전을 위한 인력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책무와 사회적 자본을 강조하고 싶다. 나는 사회적 자본과 이화의 가치가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사진 제공: 홍보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