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잘 부탁 드립니다.)를 미국에서는 뭐라고 하니?”

“영어로는 정확하게 저 문장을 번역할 수 없어. 하지만 문장을 다르게 표현해서 비슷한 의미전달은 가능하겠지.”

필자와 일본어를 함께 공부하던 미국인 친구가 나눴던 대화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경험은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 낯선 일이 아니다. 이러한 모국어와 외국어의 소통, 번역이 단순한 언어의 전달인지 사상과 가치의 전달인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있다.

필자는 2009년 2학기부터 2010년 1학기까지 일본 규슈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일본을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평소 여성학에 관심이 있던 필자는‘일본에는 여성학이 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 여성학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교수님과 1:1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일본인이 생각하는 그들의 페미니즘을 일본인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게 될 거라는 필자의 기대와는 달리 필자의 지도교수는, 일본 여성학을 교양 수준에서 다루는 미국인 인류학자 교수였다. 미국인 교수님과 연구를 하다 보니 일본 여성학에 대한 모든 자료는 영어로 된 원서가 많았다. 일본 여성학에 대해 전무했던 필자는 교수님이 주신 자료를 통해 일본 여성학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필자가 알고 싶은 일본 페미니즘이 아니었다. 필자는 일본 특유의, 일본만이 가지는 여성학의 특성을 배우고 싶었으나 교수님이 주신 자료들 속 일본 페미니즘은 서양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여성학이었다. 1차적 산물이 아닌 2차적 해석까지 가미된 내용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서구인들의 시각이 방영된 다소 일방적인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 책들은 일본의 사회적 상황, 일본 여성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배제한 채 단순히 서양 페미니즘의 기준에서 일본 페미니즘을 판단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 대학에서 발행한 『Flower in Salt』라는 책은 일본 페미니즘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일본 페미니즘이 일본 여성 지위에 대한 서양 열강들의 비판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일본 페미니즘은 서양 페미니스트에게 일종의 계몽의 대상이었고 실제 그러한 반응으로 일본 페미니즘이 성립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대다수의 영어로 된 서적들은 위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부분이 아니다. 왜냐하면 영어로 재생산된 해석은 일본어로 생산된 해석에 비해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보편적 지식으로 인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언어는 단순히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언어 속에 담겨 있는 가치, 사회적 맥락의 고려가 동반된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영어는 단순히 언어가 아니다. 앞서 말한 프로젝트도 영어로 일본 여성학을 설명한다는 것은 서양인의 여성학적 관점에서 일본 여성학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최근 연세대 인문학 특성화 사업단이 21일 발표한 외국어 교육 모형 개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강의 수강생 345명 중 264명(76.5%)이 교수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쓰는 언어혼합강의가 영어 전용 강의보다 더 효율적인 모델로 선택했다고 한다. 단순히 언어 전달의 문제였다면 왜 학생들은 왜 영어강의에 문제를 제기했겠는가? 이는 영어로 이해하는 범위와 한국어로 이해하는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우에노 치즈코는 영어가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덕택에 영어권 사람들은 사고가 단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비영어권 사람들이 영어와 모국어를 동시에 구사함으로서 영어로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권 사람들보다 폭넓은 사고력에 있어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의 요지는 영어를 무조건 배척하고 도외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여러 가지 지식을 영어로 접하게 될 것이다. 영어로 습득된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서구 편향적이지는 않은지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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