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세계 대학들,
    학제 간 연구에 주목하다
② 홍콩대, 홍콩과기대의
    학제 간 연구…창의적 인재 양성
③ 한국, 학제 간 연구로 변화 모색

<편집자주> 본지는 8월 30일(월)~9월 2일(목) 홍콩대(HKU), 홍콩과기대(HKUST)를 방문해 세계 대학의 학제 간 연구(interdisciplinary) 현황을 살펴봤다. 학제 간 연구는 전통적 학제 구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대학 및 연구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 유수 대학에서 전통적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학제 간 연구(interdisciplinary)가 주목받고 있다. 학제 간 연구란 전혀 다른 것으로 간주됐던 분야의 학문들이 서로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각 분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연구 방식이다.

일부 대학들은 학제 간 연구를 토대로 주전공을 개설하고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다.

미국의 UC 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일본 도쿄대는 학문 간 경계를 뛰어넘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UC 버클리대에는 ‘학제학 분야(ISF, Interdisciplinary Studies Fields)’라는 전공이 있다. ISF는 학부생들에게 학제 간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과정으로, 각 학과의 이론을 통합한 강좌를 제공한다. 이번 학기 ISF에 개설된 교과목은 ‘도덕적 이성과 인간 행동(Moral Reasoning and Human Action)’등 9개다.

MIT는 1976년부터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STS,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라는 학제 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STS는 MIT의 인문, 예술, 사회과학대학에 속한 프로그램이다. MIT는 여기에 1988년 인류학과, 역사학과를 포함시켜 ‘역사, 인류학,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MIT의 피셔 마이클(Fischer Michael) 교수(인류학과)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과학과 기술의 역할에 대해 인류학적, 역사학적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21세기형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Harvard Business School)에도 경영학과 첨단과학을 묶은 ‘과학기술, 경영과정(STM, Science Technology&Management)’이 있다. STM을 선택한 학생들은 미시경제 이론, 통계 및 양적 방법론, 공학, 응용과학, HBS의 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도쿄대 대학원은 2002년 4월 ‘환’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연구조직, 교육조직인 ‘정보학환’과 ‘학제정보 학부’를 출범시켰다. ‘환’은 고리를 의미하며, 각 학제 간 교류를 상징한다.

정보학환은 정보, 문화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통합형 연구기관이다. 학제정보 학부는 사회정보학과 문화인간정보학 등 4개의 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강의, 연구를 진행하는 약60명의 교수는 유동적으로 전공 분야, 정보학환, 학제정보 학부를 오간다. 교수의 유동적 순환은 학문 간 벽을 허물어, 사회학과 예술을 접목시킨 ‘표상문화론학’같은 학문을 탄생시켰다.

이과계열 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는 대학들도 있다.

피츠버그대(University of Colorado)는 1999년 ‘공학도를 위한 철학’ 강의를 시작했다. 이 강의는 역량이 뛰어난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공과대학(공대) 내 우등대학(UHC, University Honors College)에서 개설됐다. 학생들은 흄의 자연철학 논증에 기반한 생명 윤리, 인공지능 분야에 특화된 논증을 강의시간에 배울 수 있다.

콜로라도대(University of Pittsburgh)는 1989년 ‘헙스트 프로그램’을 시작해, 공대 학부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여름학기에 개설된 헙스트 프로그램의 핵심교과목 ‘공학을 위한 인문학(Humanities for Engineers)’에서는 문학, 철학, 예술 고전을 읽으며 토론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브라운대(Brown University)는 공대 안에 인류학 교수가 포함돼 인문학 수업을 진행한다. 영문학과에는 물리학과 교수가 포함돼 수업을 진행한다. 브라운대 김광석 교수(화학공학과)는 “타전공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며 “타전공 수업을 통해 역으로 자신의 전공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제 간 연구에 대한 학계의 움직임은 1980년 이후 활발하게 논의돼왔다.

1984년 벨기에 물리학자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과 철학자 이사벨 스텐저스(sabelle Stengers)의『혼돈으로부터의 질서(Order our of Chaos)』에서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융합할 것’을 제시했다.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의 저자인 서울대 김광웅 명예교수(행정학과)는 프리고진의 견해에 대해 “융합학문은 여러 학문 분과가 한 이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며 “미래학문의 조류는 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생물학과)도 1998년 출간된『컨실리언스(Consilience)』를 통해 “21세기의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은 생물학이나 인문학에 편입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문학과 과학도 융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책을 번역해 ‘통섭’이라는 용어를 만든 최재천 교수(에코과학부)는 “미래 학문 세계에는 학문의 큰 흐름을 잡는 통섭이 대세일 것”이라며 “외국 대학의 학문 교류의 사례에서 보듯 통섭은 이미 학계의 거대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주희 기자 hjh230@ewhain.net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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