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자게배, 부러버, 이음 등 학생들 간 새로운 만남의 장 마련

ㄱ(언론·09)씨는 7월 대학생 친목도모 커뮤니티 ‘루키(rukie.com)’가 주최한 ‘복불복 소개팅’ 프로그램을 통해 이성교제를 시작했다. 선호하는 상대방의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루키’의 소개팅 신청란을 꼼꼼히 작성한 덕분이었다. 키와 음주·흡연 여부를 중시하던 ㄱ씨는 결국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상대를 만날 수 있었다.

ㄱ씨는 “온라인을 통한 소개팅과 지인을 통한 소개팅 방식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며 “주선자가 없는 온라인 소개팅이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소개팅을 주선하는 온라인 친목도모 커뮤니티가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소개팅은 작년 한양대 포털사이트 자유게시판에서 최초로 시작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양대 오정훈(경제금융·05)씨가 2월 ‘자게 배 소개팅대회(자게배, jagebae.com)’ 커뮤니티를 개설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온라인 소개팅을 주선하는 커뮤니티 ‘부러버(brubr.com)’와 온라인 매칭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 ‘이음(i-um.net)’ 등도 잇달아 문을 열었다. 시간표 작성 커뮤니티였던 ‘루키’도 7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친목도모 커뮤니티로 용도를 전환했다.

친목도모 커뮤니티들이 제공하는 온라인상의 소개팅 주선 방식은 간단하다. 신청자가 본인의 프로필을 제시하고 원하는 상대의 조건을 명시하면, 커뮤니티 운영자가 그 정보를 취합해 각자의 이상형에 합당한 사람을 찾아준다. 이 방식으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커뮤니티로는 ‘자게배’와 ‘이음’이 있다.

‘자게배’는 예정된 시각에 신청자가 본인의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 예고된 키워드를 첨부한 메일을 보내면 운영자가 채택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상대를 연결시켜준다.

‘이음’은 하루에 1명씩 총 14명과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자가 직접 프로필을 통해 소개팅 대상자를 선정한다.

반면 ‘루키’는 다른 커뮤니티들과 달리 소개팅 상대를 임의적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복불복 소개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온라인 친목도모 커뮤니티에서 소개팅 주선 기능을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자게배’에서는 2월~6월 서울, 경기, 인천 지역 37개 대학 소속 남성 984명과 여성 977명이 온라인 소개팅을 신청했다. ‘자게배’에서는 이 중 869커플의 만남이 주선됐다. 5월17일 시행된 제6회 ‘자게배’소개팅에서는 신청자를 받기 시작한지 3분 만에 505명의 신청자가 모였고, 7월26일 시행된 제7회 소개팅에서도 6분 만에 443명의 신청자가 모였다. 현재 ‘자게배’의 9월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천189명이다.

‘이음’은 9월 초 커뮤니티 총 방문자 수가 29만명을 돌파했다. ‘이음’의 블로그인 ‘이음신 캐비닛(iumsin.tistory.com)’의 트위터도 2일(목) 기준 678명에게 팔로우(Follow·해당 사용자의 업데이트 글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하는 것)됐다.

개설된 지 이틀 만에 약 800명의 신청자를 모았던 ‘부러버’도 6월28일 회원 1만명을 달성했다.

본교생들 또한 온라인 친목도모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소개팅에 활발하게 참여 중이다. 7월 초 ‘루키’에서 처음으로 시행된 제1회 온라인 소개팅에서 본교는 여성 참가자 학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본교는 ‘자게배’ 커뮤니티에서 시행된 여대별 파워랭킹 순위에서도 100점 만점에 80점의 점수를 받아 서울여대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 친목도모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소개팅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송민지(불문·09)씨는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우리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지금, 온라인 주선 소개팅을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손지현(분자생명·09)씨도 “만남의 기회를 갖고 싶지만 주변에 마땅한 상대가 없는 경우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목도모 커뮤니티를 통해 남자친구를 만난 상명대 ㄴ씨도 “처음에는 온라인 소개팅을 통해 만난 사람과 관계를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직접 겪어보고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효정(초교·09)씨는 “커뮤니티에서 제공되는 소개팅은 명확한 주선자가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며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1일(수) ‘루키’에서 개최하는 소개팅을 신청한 ㄷ(광고홍보·09)씨도 “온라인 소개팅을 통해 원하는 상대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 신청했지만 상대방의 정보를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승호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는 “온라인 소개팅은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낳은 자기주도형 이성 네트워크의 한 형태”라며 “윤리적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긍정적인 사회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러나 서비스의 지나친 상업화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나리 기자 silverysalmon@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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