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끄(avec)는 고대불어 아복끄(avoc), 아뷔엑끄(avuec)에서 온 말이다. 고대불어 아뷔엑끄(avuec)는 다시 라틴어 아푸드-호크(?p?d-h?c, 그것과 함께, 그것 옆에)에서 왔다. 영어의 with에 해당하는 불어 전치사다.

한국에서 이 단어는‘아베끄족’이라는 표현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흔히 연애 중인 한 쌍의 남녀를 지칭한다. 물론 ‘아베끄’다음의 ‘족’은 한자 ‘겨레 족(族)’이다. 이처럼 ‘아베끄족’은 불어와 한자를 결합해 만든 말로, 물론 프랑스에서는 쓰지 않는 단어다. 사랑하는 남녀가 같이 있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굳이 이런 단어를 쓸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 단어를 언제부터, 왜 쓰게 되었을까? 이 말을 정확히 언제부터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로 쓰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1980년대를 전후해서 부유층의 젊은 남녀가 즐기는 사치스러운 연애를 비꼬면서 생긴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돈 많은 부모 덕분에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사치스러운 연애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곱게 볼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족’이라는 표현은 오늘날까지도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오렌지족’, ‘미시족’이 그 예들이다.

『새國語辭典』(1997)은 오렌지족을 “부모의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서울 강남 일대에서 퇴폐적인 소비 풍조를 조장하는 청소년을 가리키는 속어”(1585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 어원사전』(1997)은 이 말이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데이트하는 남녀가 파트너를 구할 때, 오렌지를 건냈다는 데서 이들을 일러 생긴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족’이라는 표현들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또 얼마나 더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들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20세기 후반 한국사회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언어적 표지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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