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학기의 말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한 학기를 마쳤다는 뿌듯함과 후련함은 온데간데없고 또다시 걱정의 시작이다. 기업들이 방학 시작 한 달 여 전부터 하계 인턴, 해외 봉사활동 등 대학생을 위해 방학동안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모집 공고를 쏟아내는 것이다. 수많은 모집 공고를 보며 마음 한 곳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과연 이것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일까.

‘스펙’은 2004년부터 국립 국어원 신조어로 등록되어 있는 단어이다. 구직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만드는 것들을 일컫는다. 이 단어는 2000년대에 들어 구직난이 심해지면서 흔히 사용되어 왔지만 개념 자체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특정한 직업을 갖기 위해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것은 채용되기 위해서도, 채용된 후의 자신을 위해서도 언제나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요즈음 논의되고 있는 스펙이 과연 순수한 의미로 직업 수행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요즈음의 스펙, 특히 인턴 모집 중에는 ‘빛 좋은 개살구’가 많다는 점이다.

첫째 문제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인턴 모집이다. 각종 인턴 모집 공고를 보면 지원 자격을 대학 재학생 또는 그 중 특정 학년에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면서 인턴 지원의 서류 전형에서는 각종 자격, 경력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일정 정도의 영어 점수를 지원 자격에 명시해 두고 있는 기업도 있다.

그럼에도 인턴 모집은 언제나‘박 터진다.’인턴 선발 경쟁이 공개 채용만큼이나 치열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지원자들은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 모집인만큼‘완벽한 스펙’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기업의 변명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과연 그 말을 믿고 스펙 쌓는 속도를 늦추면서 여유를 가질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최근에는 국내의 일류 기업들이 잇따라 인턴을 통해 신입사원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해 취업준비생들은 이제 더욱 인턴사원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노릇이다.

이 때문에 3, 4학년 때 인턴을 하기 위해서 1, 2학년 때부터 스펙 만들기에 올인 하는 대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스펙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이는 대학을 취업학교로 만들고 고유한 대학문화를 사장시키며 동시에 대학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쟁시장에서 발버둥 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문제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인턴 모집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정부 부처, 공기업의 경우에는 정규 직원이 받는 보수의 1/3, 1/4 수준에서 인턴사원에게도 보수를 지급하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인턴사원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사실 정규 직원의 1/4 선에서 지급되는 보수도 시간급으로 계산해보면 최저임금(2010년 현재 4110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인턴 모집 공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정의 활동비’라는 포장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가 파다하다. ‘자원활동가’도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특수한 분야의 경우에는 무급으로 자원하여 활동함으로써 의의를 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은 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인턴 제도는 큰 문제이다. 인턴이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무어란 말인가. 극단적으로 말해 인턴과 아르바이트의 차이점을 고용하는 자(일류 기업과 편의점)에서 밖에 찾을 수 없다면 인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덧붙여 생각해보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거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인턴 모집뿐만 아니라 현재 인턴 제도의 문제점은 많이 찾을 수 있다. 인턴사원으로 업무를 시작했지만 일의 수준이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의 직원들이 오히려 인턴사원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질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양적인 측면에서만 이루어진 일자리 나누기는 부작용만 가져올 뿐인 것이다. 텅 빈 스펙 쫓기에 맹목적으로 열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시점이다. 허울만 근사한 인턴 제도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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