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텀블러·팬시용품 판매하는 조예대 등 이색 장터 눈길…뮤직페스티벌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 유세윤의 재치있는 진행에 학생들 환호 이어져

 

 

18일(화)∼20일(목) 이화는 축제로 물들었다. 본지는 창립 124주년 대동제 3일의 일정을 들여다봤다. 이번 대동제에서는 작년 대동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한솥밥 먹기, 영산줄다리기 등 본교 대동제의 전통적 행사들이 부활했다. 일부 동아리 및 단과대학(단대)는 특성, 특기를 살려서 장터를 진행했다. 이화인들은 뮤직페스티벌과 동아리 공연을 통해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했다.

 

 

△동아리 및 단대 특성 돋보이는 장터 눈길…주류도 판매
동아리와 각 단대 집행부는 학생문화관(학문관), 생활관, 학관 등 교내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기획물을 전시했다. 장터들은 18일(화) 우천으로 일찍 문을 닫았다가, 비가 그친 19일(수)~20일(목) 활기를 띠었다. 각 부스는 오전10시 전후로 개시돼, 오후5시까지 이어졌다.

 

 

이번 장터에서는 각 단대, 학과의 특색을 살린 행사가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건강과학대학에서는 식품영양학과, 보건학과, 간호학과, 체육학과가 학과별로 부스를 꾸몄다. 식품영양학과는 이화인들을 대상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짜줬고, 보건관리학과는‘임신체험’행사를, 체육과학과는 ‘운동프로그램 짜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간호과학과 수지침동아리 ‘오, 수지’는 수지침, 쑥뜸 치료를 진행했다.

비만 예방 수지침을 받은 박진솔(법학·08)씨는 “수지침과 같이 학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돼 좋았다”고 말했다.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들은 직접 제작한 텀블러와 책갈피, 쿠키, 스티커, 악세사리를 판매했다. 조예대 한효재 공동대표는 “조예대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장터를 꾸미고자 2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며 “준비하는 학생과 물건을 보러 오는 학생들 모두 즐거워 해,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화스킨스쿠버, 민속극연구회 탈, 사회대 집행부, 힙합동아리 라온소울, 총학생회(총학) 일일까페 등에서는 주류를 판매했다. 이화스킨스쿠버는 바나나를 갈아넣은 바나나 막걸리를 만들어 팔았다. 20일(수) 바나나 막걸리는 준비한 수량 26병이 개시 5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이화스킨스쿠버 장유진(광홍·09)씨는 “시행착오를 거쳐 동아리만의 비법으로 만들었다”며 “다른 음식에 비해 이윤은 많이 남지 않았는데, 처음엔 바나나 막걸리를 생소하게 바라보던 손님들이 맛을 본 후 다음날 또 찾아와서 사갔다”고 말했다.

라온소울은 막걸리와 칵테일을 팔았다. 라온소울은 5천원 이상 주문할 경우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라온소울 이상아(심리·09)씨는 “1학기에 클럽을 빌려 공연할 때 칵테일을 팔았는데 그 때의 노하우를 활용해 장터에서도 개시했다”며 “특히 막걸리가 인기가 좋아서 처음 준비했던 수량은 오전에 동이 나고, 마트에 두세 번을 더 오가며 장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총학도 야외공연 기간 동안 진행된 일일까페에서 맥주를 팔았다.

교목실은 환경동아리 ‘뿌리와 새싹’과 함께 축제 기간 중 일회용 용기 줄이기 운동에 나섰다. ‘뿌리와 새싹’은 교목실의 지원을 받아 2560여개의 뻥튀기를 음식을 파는 각 부스에 나눠줬다. 19일(수) 50봉지가 1차 지급된 후 20일(목) 30봉지가 추가로 지급됐다. 뻥튀기를 배부 받은 부스에서는 일회용 접시 대용으로 뻥튀기가 쓰였다.

이번 대동제 장터에 대해 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진솔(인문·10)씨는 “우리학교 축제가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재밌었다”며 “장터가 오후5시까지만 영업을 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수정(영문·08)씨는 “타대는 주로 주점이 활성화돼 있는데, 본교 축제에서는 각 단대들의 특색있는 장터가 활발하게 진행돼 재밌었다”고 말했다.

△뮤직페스티벌 약1천명 참여…액션, 라온소울 등 다양한 동아리 공연 진행
대동제 기간인 3일 동안 학내 곳곳에서는 학생 및 동아리 공연과 가수, 인디밴드의 공연이 펼쳐졌다.

19일(수) 오후7시부터 시작된 뮤직페스티벌에서는 약1천명의 이화인들이 함께 했다. 개그맨 유세윤씨, 신유진 부총학생회장의 진행으로 16개의 학생 팀이 발라드부터 댄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민정(국제사무·10)씨, 임서연(유교·10)씨가 가수 2NE1의 ‘FIRE’의 노래와 춤을 완벽히 소화해냈고,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박지은(사학·06)씨, 이혜림(체육·06)씨가 통기타 연주에 맞춰 외국가수 4 non blondes의 ‘what’s up’을 열창했다. 가수 박선주의 ‘남과 여’를 부른 전보연(철학·06)씨와 이하나(의직·06)씨의 뛰어난 가창력에 학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조은희(분생·10)씨, 장서희(분생·10)씨는 이색 공연으로 이화인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들은 개그맨 유세윤의 첫 앨범으로 화제가 된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패러디했고, 관람객들은 즐거워했다. 이유강(과교·06)씨 등 5명은 색색의 스키니진을 입고 샤이니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학생들은 노래의 후렴구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대동제에 참여한 이혜림씨는 “내년 졸업을 앞두고 대학시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것 같다”며 “수동적으로 즐기던 입장에서 나아가, 참여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인디밴드 및 대중가수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안녕바다’, ‘와이낫’, ‘레드락’, ‘스토니스컹크’ 등의 인디밴드와 가수 ‘UV’가 공연을 펼쳤고, 학생들은 방방 뛰며 그들의 공연을 즐겼다. ‘안녕바다’ 보컬 남우씨는 “이화여대 축제는 타대에 비해 본교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즐기는 것 같다”며 “학생들의 단결을 느낄 수 있어 즐겁게 공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디 밴드들의 공연 후 UV의 공연이 이어졌다. 긴 시간 UV의 공연을 기다려온 학생들은 유세윤과 미지의 등장에 소리를 지르며 대표곡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함께 불렀다. 시상식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부른 정세연(독문·07)씨가 1위를 차지했고, UV의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부른 조은희, 장서희씨는 사심가득상을 수상했다.

개그맨 유세윤으로부터 '사심가득상'을 받은 조은희(분생·10), 장서희(분생·10)씨

19일(수)~20일(목) 정문 옆 잔디광장 무대에서는 다양한 동아리 공연이 펼쳐졌다.

19일(수) 오후5시20분 50여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댄스동아리 ‘액션’의 화려한 공연이 열렸다. 12명의 동아리원들은 가수 카라의 ‘루팡’,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 등 7곡에 맞춰 현란한 춤 솜씨를 선보였다.

공연을 관람한 김나진(회화판화·09년졸)씨는 “동아리 공연이 이전에 비해 다양화되고 활발해진 것 같다”며 “많은 이화인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대동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앙동아리 ‘이화태권’은 20일(목) 오후5시 연무 시범을 가졌다. 태권도 동작 시범, 송판 격파 및 태권 체조 공연과 더불어 항공대 태권도 동아리와 용인대 태권도학과의 남학생들의 고난이도 태권 시범이 이어졌다. 눈을 가린 남성이 칼에 꽂혀 있는 사과를 돌려차기로 산산조각내자 지켜보던 관중들은 감탄과 환호를 연발했다.

이외에도 라온소울, 실로암 만돌린, 한소리, 릴리즈, 이뮤 등 약10개의 동아리가 공연을 가졌다. 첫째날 우천으로 동아리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일정이 변동되기도 했다.

                                                         가요제에서 1등상을 받은 정세연(독문·07)씨

△한명숙 전 국무총리, 신경민 선임기자…정치인, 언론인 등 강연
대동제 기간 동안 5.18 광주항쟁, 민주주의와 관련된 주제로 강연회도 개최됐다.

‘MBC 뉴스데스크’의 평일 앵커를 맡았던 신경민 선임기자는 18일(화) 오후12시 ECC B225에서 ‘신경민, 클로징 그 이후를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신경민 선임기자는 1981년 MBC 기자로 입사했다. 그는 2008년 3월24일(월)~작년 4월13일(월) ‘뉴스데스크’평일 앵커로 활약하며, 사회에 대한 통찰이 담긴 클로징 멘트로 주목받았다.

그는 편집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도적 사실 왜곡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며 정확한 사실 보도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신 선임기자는 “언론의 디바이드(divide, 언론사마다 편집태도가 양 극단으로 갈라지는 것) 현상은 사회의 지적 편식을 만들고, 언론이 비판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스데스크’ 앵커로 있을 당시 화제를 모았던 클로징 멘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선임기자는 “30~40초에 불과한 클로징 멘트를 위해 3~4시간을 고민한 적도 있다”며 “취재 경험과 역사관, 사회관을 녹여내는 동시에 사실에 기초한 멘트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3시 생활환경관 318호에서 한명숙(불문·67년졸) 전 국무총리의 ‘한명숙, 이 시대를 말하다 REAL 한명숙’강연이 진행됐다. 대동제를 기념해 총학이 주최한 이번 특강에는 약200명의 학생과 취재진이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약40분에 걸쳐 강연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한 전 총리는 “여성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사회가 발전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여성운동을 했었다며 “여성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사회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여성의 도전의식이 약했던 이유로 ‘사회화’를 꼽았다. “여성의 약한 도전 의식을 깨뜨리는 것이 21세기를 사는 여성들의 목표”라며 “여성들이 도전의식을 갖고 남성들과 함께 손잡고 살아갈 때 남성들도 해방된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후배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걸어갈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5.18 광주항쟁을 주제로 한 강연도 마련됐다. 18일(화) 오후5시 학관205호에서는 ‘5.18 광주항쟁 30주년-손석춘, 오늘날 민주주의를 만나다’특강이 진행됐다. 약33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사회의 희망을 만들어갈 진취적 생활인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단체)’손석춘 원장이 강연을 진행했다. 20일(목) 이화·포스코관 461호에서는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의 ‘5.18 광주항쟁 30주년-한홍구, 광주를 돌아보다’특강이 열렸다.

△이화인 한솥밥 먹기, 영산줄다리기…부활한 단골 행사들
이번 대동제에서는 이화인 한솥밥 먹기, 영산줄다리기 등 작년 없어졌던 대동제 단골 행사들이 되살아났다.

 

 

대동제 첫째 날인 18일(화) 오후12시20분 학문관 1층 로비에서 펼쳐진 ‘이화인 한솥밥 먹기’가 열렸다. 길이가 1미터가 넘는 주걱, 지름이 반경 2미터에 달하는 솥이 등장해 이화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주에서 가져온 나물 8가지와 은행, 대추, 밤, 잣 등의 재료로 비빔밥 800인분이 만들어졌다.

 

 

준비된 비빔밥은 약40분만에 동이 났다. 이번 행사 진행을 주도한 전주의 한식당 ‘고궁’ 박상구 과장은 “새벽 4시부터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 잣, 밤, 대추, 전주 특산품 등 23가지의 재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경민(국문·08)씨는 “한 솥에서 비벼진 밥을 먹는다는 점에서 모든 이화인이 단결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20일(목) 오후8시~9시 잔디광장에서는 ‘영산줄다리기’가 진행됐다. 1983년 ‘이화 민속제’축제 준비 위원회가 주최한 ‘영산줄다리기’는 25년간 지속돼 본교 대동제 폐막식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본지 작년 5월25일(월) 보도에 따르면, 작년 총학은 “영산줄다리기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설문조사한 결과 참여도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해 이를 실시하지 않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대동제에서는 ‘영산줄다리기’가 다시 부활해 대동제 폐막을 장식했다.

‘영산줄다리기’에 앞서 20일(목) 오후4시40분부터 학문관 앞에서 ‘풍물패 연합의 고사’가 열렸다. 풍물패연합(풍연)의 흥겨운 농악에 맞춰 진행된 고사는 ‘영산줄다리기’가 사고 없이 무사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뜻에서 치러졌다. 풍연 측이 축문을 읽고 불태운 뒤, 단대 대표들, 풍연을 비롯한 이화인들이 절을 했다.

풍연은 오후5시 학문관을 출발해 두 패로 나뉘어 ECC 언덕을 내려와 잔디광장에서 모이는 ‘길놀이’를 진행했다. 풍연은 잔디광장에서 약2시간에 걸친 마당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약100명의 학생들이 잔디광장에 모여 흥겨운 풍물놀이를 구경했다.

마당극에 이어 인문대, 사회대, 공대, 법대, 경영대, 건과대, 동연, 풍연 등이 참여한 깃발뺏기가 진행됐다. 깃발뺏기에 이어 각 단대는 ‘해방’팀과 ‘이화’팀으로 나뉘어‘영산줄다리기’에 참여했다.

 

줄다리기 시작에 앞서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영산줄다리기 명예보유자 김종곤 선생이 축사를 했다. 김 선생은 본교 대동제에서‘영산줄다리기’를 22번 지도해왔다. 김 선생은 “남자들이 하기에도 힘든 영산줄다리기를 30년 가까이 이어나가는 이화인들의 공적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풍연 의장의 징 소리에 시작된 영산줄다리기는 2대1로‘해방’팀이 승리했다. 지선하(철학·08년졸)씨는 “졸업생이지만 영산줄다리기에 참가하려 축제에 왔다”며 “영산줄다리기의 학생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년 대동제에서 반응이 좋았던 대형 미끄럼틀은 19일(수) 정문 옆 운동장에 설치돼 운영됐다. 박신지(유교·09)씨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또 타러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hjnh87@ewhain.net
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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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지 기자 yujilee225@ewhain.net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사진: 안은나 기자 insatiable@ewhain.net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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