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이제 어느날은 덥기까지 한 오월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렇게 불러본 적이 없기에 쓰는 것도 조금은 어색합니다. 일년 중 어느날에 부모님의 은혜를 느끼지 못하겠습니까만은, 가슴 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마음을 이렇게 어버이날 편지로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은사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저를 낳아주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 한다고요. 그때 저는 흔히들 하는 말인데 선생님께서 왜 저에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셨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 그것은, 세상에 태어난 것이 대단한 축복임은 물론이거니와 빛을 보고 난 후엔 저 스스로, 제가 꿈꾸는 인생을 만들 수 있는 핸들이 제게 쥐어져 있다는 뜻 같았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게 충분히 행복하고 의미있는 인생을 만들어 갈 싹을 주신 셈이지요.

하지만 어디 싹뿐입니까. 저는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하고 자라고 있습니다. 망망대해보다 넓고 깊은 부모님의 사랑을 느낍니다. 이렇게 몇 글자로 부모님의 은혜를 표현한다는 것이 다 죄송스럽고 부끄러울 정도로 큰 사랑입니다. 가끔, 세월이 많이 지나 부모님의 처지에 있는 저를 상상해 봅니다.

과연 지금 부모님께서 제게 주시는 사랑만큼 제가 제 자식에게 정성과 사랑을 쏟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고개가 저어집니다. 제게 주시는 사랑이 얼마나 깊고 무거운 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키우시느라 한해 한해 주름살의 골이 깊어지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뵈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럴 수록 더 잘해드려야지 하고 수백번 수천번 다짐하지만, 저는 또 돌아서면 본심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립니다.‘앞으로는 오빠와 싸우지 않을게요’와 같은 반성적 글귀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더이상 필요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제가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부모님 덕분이고, 꿈꾸지 않는 인생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해보면 제 인생의 모든 부분은 부모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평생 두고두고 이 크나큰 은혜를 갚아 나가겠습니다. 갚아도 갚아도 모자라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라는 것을 알기에 감히 평생이라는 단어를 쓴 것인데 아마 평생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하겠지요..

부모님께서 언제까지나 제곁에 계실 수 만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아니 방금 잠시 진지하고 차분하게 상상해봤는데, 그건 마치 물없는 사막에서 그 어떤것도 기약하지 않고 홀로 남겨진 기분입니다.

학창시절 오래달리기로 운동장 10바퀴를 뛰고 난 다음에 느끼는 숨막힘보다 열배는 더한 갑갑함을 느낍니다. 생각만으로도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정말 다른 세상입니다. 그러니 되도록 오래오래 건강하게 제 곁에 머물러주세요.

얼마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씨 인터뷰 전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기자가 이번 소설에 대한 신경숙씨 어머니의 반응을 묻더라구요. 어머니께서 깊은 감동을 받으셨다는 말이 있을 줄로 기대했는데, 정작 소설 내용에 대해서는“주변 사람이 너 소설 참 잘 썼다고 하더라.” 정도의 언급만 하시고“너 그 소설 쓰느라 밤잠도 못자고 밥도 잘 못 먹은 것 아니야? 그러면 안 되는데...” 라고 말씀 하셨다고 해요.

그 인터뷰를 읽고‘그게 엄마이고 부모님 마음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칭찬하는 소설을 썼다고 해도 그리고 그 소설 속 주인공이 바로 당신이라고 말씀드려도, 정작 모든 신경은 온통 딸의 건강에 모아져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부모님 이라고 말이예요.

제 건강을 염려해 주시는 것만큼 부모님의 건강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공자의 제자인 증삼은 효성이 지극해서 부모님과 심신이 통하는 경지까지 달했다고 해요. 그래서 모친의 통증까지도 다 느꼈다지요. 그만큼은 되지 못하더라도 부모님께서 편찮으시면 저 또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부모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감사함과 죄송함이라는 이중적인 느낌이 듭니다. 마치 제가 부모님의 인생을 담보로 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보람되게 제 인생을 꾸려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인생은 저만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철없고 많이 부족하지만 제 선택과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제게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주시는 것처럼, 저도 언젠간 아버지, 어머니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부모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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