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교지, 방송국, 학보 등 대학 언론기관들이 예산 전액 삭감, 방송 송출권 이전 등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다.

작년 11월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58호가 배포 후 강제수거됐다. 대학이 기업화되는 현상을 주제로 한 청탁글‘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와 총장을 조롱하는 만화가 원인이었다. <중앙문화> 구예훈 편집장은“언론매체부 규정에 언론매체부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는 조항이 있다”며“2009년부터 언론매체부장으로부터 교지 발행 전에 검토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교지가 강제로 수거된 지 2일 후 교지가 재배포됐다. 이 일로 중앙대는 1월13일(수)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에 교비로 지급하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구 편집장은“주변으로부터‘발행인이 총장인데 어떻게 총장을 조롱하는 만화를 실을 수가 있냐’는 말을 들었다”며“예산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언론매체부 아래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문화>는 1인광고, 모금 등을 통해 4월 무제호로 교지를 발간했다.

보도 전 총장이나 주간교수의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성균관대 신문 <성대신문>은 신문 배포 전 총장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대신문 윤다빈 국장은“사안의 강도가 세다고 여겨진 기사 때문에 인쇄한 신문을 발행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총장의 확인을 받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본교 교지 <이화>도 교지 발간 전 학생처에게‘인쇄물 발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학기에 발간된 제80호 교지도 학생처와의 소통이 늦어져 발간이 미뤄졌다. 교지 <이화> 오해성 편집장은“학생처에서 완고를 훑어보고 발간 여부를 결정한다”며“교지의 내용이나 사진, 문체까지 관여한다”고 말했다. 이어“이 과정 때문에 학교를 비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등 제약을 느낀다”며“특히 예산을 학교로부터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방송 송출권이 외부 기업으로 이전돼 학내 방송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성균관대 방송국‘SUBS’는 현재 학내 영상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내 영상송출권이 기업에게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방송국 SUBS 이상민 국장은“서울 캠퍼스 건물 내 PDP는 뮤직비디오, 상업광고 등을 송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며“학내에서는 영상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비용을 지불해 학내 영상을 송출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학교로부터 받는 예산으로 감당하기는 무리였다. 그는“지원받는 예산은 영상 제작비용과 기계 수리에 대부분 사용한다”며“예산이 매년 줄어가는 실정이라 사실상 학내 영상 송출은 힘들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인들은 대학 내 언론을 학교의 귀속 언론으로 인식하지 말고 자치적인 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신문 <고대신문> 강승리 국장은“대학 언론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오히려 미숙함이 특권이고 대학 언론이 그 실수를 자정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대학 언론이 학교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학교 산하기구인 경우도 있지만 편집권은 독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주간교수나 발행인이 대학 언론을 믿고 편집권을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구예훈 편집장은“학교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으면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언론이 자치기구로 나아가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대신문> 윤다빈 국장은“비교적 자유로운 영역으로 여겨졌던 대학언론의 현실에 대해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학 언론의 현실에 대해 민주언론노조 이우환 사무국장은 대학 언론의 중요성과 제도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대학언론의 자율화를 위해 외부의 힘을 요청하거나, 법적으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과거 80년대 학교와 언론매체 사이에 협약이나 합의를 다시 살펴보고 제도적으로 재정비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대학도 상위법인 헌법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대학언론은‘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며“대학 언론은 보장받은 권리로 학교 구성원의 여론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momonay@ewhain.net
사진제공: 중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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