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는 타교에 비해 학생들 간의 교류가 부족하다. 연세대의‘반’이나 서강대의‘섹션’과 같이 학생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단위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찾아낸 대안은‘온라인상의 교류’다.

수많은 이화인들이 애용하는 사이트인‘이화이언’은 2001년부터 시작된 후 현재까지도 많은 이화인들의 소통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이화이언’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섹션은 바로‘비밀의 화원’이다. 이곳에서 많은 학생들은 서로를‘벗’이라고 칭하며 사소한 고민거리에서부터 진로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상대의 조언을 구한다.

비록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이화이언(ewhaian) 이라는 이름 안에서 학생들은 함께 서로의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 사이의 교류는 익명성 뒤에 숨어‘악플’을 일삼는 일반적 온라인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똑같이‘익명성’을 띠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철저하게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악플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설사 악플이 달리더라도 다른 학생들의 지적으로 인해 자발적 삭제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이화인들의 네티켓(netiquette)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이화인들이 교내의 실생활에서 보여주는 에티켓(etiquette)은 실망스러움을 안겨준다. 중앙도서관 열람실 들어가는 유리문에는 365일‘하이힐 소리 내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의 포스트잇이 떨어질 날이 없다.

이뿐인가, 많은 학생들은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린 후, 뚜껑을 열지 않은 채 나오며, 먹다 남은 커피를 쓰레기통 위에다 그냥 올려놓는다. 

온라인상에서의‘벗’을 향한 배려를 실생활로 옮겨오면 어떨까? 내 자신만을 생각하고 행동할 때 옆에서 피해를 입는 그녀가 온라인상에서 나와 함께 정겹게 수다를 떠는‘벗’이라고 생각해보자.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2010년 한해, 네티켓뿐만이 아니라 에티켓 또한 지킬 줄 아는 좀 더 멋진 이화인들이 되어주길 희망해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