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어떤 이상한 강박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것은 사실 별 것 아니다. 치료받을 것조차 없다. 의사들은 생활습관교정을 통해 스스로 고치라고 말한다. 강박증을 가진 개인에게도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쩌면 전혀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일단 스스로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이상 이 강박증, 이 병 아닌 병은 그저 자신에겐 어느 소소한 삶의 일부로 전혀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이 강박증은 그 발현이 타인에게 목격되면 아주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체면에도 직결되는 것이라 목격한 타인으로부터는 자칫 잘못하면 자기의식의 저변을 구성하는 유아·초등교육의 부재를 의심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목격했던’ 필자도, 강박을 가진 학우에게 비슷한 ‘의심’을 품어본 일이 있다.

이 강박의 증상은, 말하자면 ‘컴퓨터실에 쓰레기를 두고오는’ 행동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증상 자체는 진정 사소하다. 음료수 캔을 본체 위에 올려두는 것, 정체불명의 가루와 얼룩을 키보드 위에 남기는 것 등등. 그러나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러한 증상이 정말 사소한가?’

괜한 비유로, 이를 ‘강박’이라 칭했지만 사실, 이러한 행동은 전혀 사소하지 않은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만큼 컴퓨터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학우들에게는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고 그 빈도가 다발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컴퓨터실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며 간식을 먹는 것을 지적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물의 특성상 기기고장의 위험이 있는 음료수 캔을 채 다 마시지도 않은 채 올려두는 일은 분명 지탄받을 만한 일일뿐더러, 학교 물품에 대한 자기책임의식이 분명한 이상 키보드 위에 이물질을 떨어뜨릴 수는 없다.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크게는 여럿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차라리 이것이 고칠 수 있는 ‘강박’이었으면 싶다. 그러나 이런 엉터리 소망을 빌어보기 전에, 이화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대에 홀로 올라 ‘우리들의’자정작용을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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