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7일(토) 북한 출신 대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찾았다. ‘제2회 역사 통일 평화 토론대회’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필자 역시 참가했다. 북한 출신 대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란 생각에서다. 2001년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 북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북한에 관한 수업이나 세미나를 듣는 것도 좋지만 북한 출신 학생들과의‘만남’을 통해 북한을 좀 더 이해하고 싶었다.

우리 학교 통일학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이 대회는 남북한 출신 대학생들 간의 정보 교류와 남북관계에 관한 생산적 담론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4인 1조로 구성된 20개 팀 중에서 예선 심사를 통과한 12개 팀이 제시된 주제로 찬반토론을 벌인다.

우리는 본격적인 토론준비에 앞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와 같은 조가 된 북한 출신 대학생들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10학번이다. 85년생 ㄱ씨, 89년생 ㄴ씨 둘 다 늦깎이 대학생이지만 여느 새내기처럼 대학 생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됐을 때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남한으로 들어 온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하나원은 1990년대 이후 급증한 탈북자들을 보호 관리하기 위해 1999년 정부가 세운 기관이다. 3개월 간 이들에게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을 가르치고 진로 지도와 기초적인 직업 훈련을 실시한다. 지난해까지 1만4천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는데 이 중 10세에서 29세가 전체의 44% 정도를 차지한다.

북한 출신 청소년들은 ‘학벌 중심’의 남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대부분 진학을 택한다. 하나원을 수료한 이후에도 검정고시나 수능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정부 지원은 미미하다.

탈북 청소년 교육을 목적으로 2006년에 설립된 한겨레 중고등학교는 정원이 120명밖에 되지 않는다. 1인당 월 18만 원 정도의 기숙사 비를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에 수요가 높은 편이다. 지원 연령에 제한을 두고, 무연고자 위주로 선발하기 때문에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들은 하늘꿈학교, 셋넷학교 등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이용하거나 학원을 찾는다. 그러나 남북한의 상이한 교육체계, 기본적인 용어의 차이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2007년 대학에 재학 중인 북한 출신 학생은 391명뿐이었다. 대부분 국내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한 후 재외국민 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중국에서 10년 정도 체류했던 ㄱ씨는 중국어 능력으로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했지만 구체적으로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보도 부족하지만 지금은 리포트 하나 쓰는 것도 버거워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다는 거다.

ㄴ씨는 학과 공부와 함께 여러 동아리 활동을 병행 하면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는 “분명 남한에 왔는데도 북한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는 건 하나의‘작은 북한사회’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처럼 개인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남한 대학생과 어울릴 기회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가장 필요한지 물었다. ㄱ씨는 실질적인 제도 마련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작은 관심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 한 번 더 설명해주는 것, 혹시 도울 일이 있는지 먼저 물어봐 주는 것. 그가 원하는 도움은 이런 거란다.

ㄴ씨는 이번 토론대회와 같은 성격의 대회나 행사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막상 만나서 조금만 이야기해 보면 남북한 청소년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탈북자, 새터민 그 어떤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한다.

우리 학교도 재외국민전형을 통해 북한 출신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 4년 동안 캠퍼스에서 그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뒤늦게나마 이번 토론대회를 통해 북한 출신 대학생들을 알게 된 게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면 이들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교환학생이나 외국인 장학생에게 하는 만큼만 북한출신 대학생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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