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숙명여대, 충남대, 연세대 여자화장실에 비상벨 약270개 설치

 

2월17일(수) 오후9시 학관 3층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던 ㄱ씨는 한 20대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사건 당일 ㄱ씨를 성추행한 남성은 후문으로 도주해 자취를 감췄다.

작년 2월19일(목) 오전11시 헬렌관 1층 여자화장실에서, 그로부터 6일 후인 작년 2월25일(월) 오후4시 조형예술대A동 4층 여자화장실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헬렌관에서 성추행을 벌인 남성은 정문 경비원에게 붙잡혀 강제추행죄로 체포됐지만 조형대A동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들은“비상벨 설치 등 성희롱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장실 비상벨은 위험에 처한 여성이 외부와 연락해 위급상황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화장실 비상벨을 누를 경우 비상벨이 울리거나 경광등이 켜지기도 한다.

본교는 교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뒤에도 아직 화장실 비상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비상벨 설치된 여자화장실 없어

기자가 23일(화)∼25일(목) 이화·포스코관, 생활환경대학관, 중앙도서관(중도), 학관, 조형예술관A동 등 본교 건물 46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상벨이 설치된 화장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학생들은 긴급 상황에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비상벨이 설치돼있지 않아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현정(한국음악·08)씨는“예술대 화장실에 밤늦게 혼자 있을 때 기침소리 등 남성의 인기척에 놀란 적이 많다”며“작년 교내 성추행 사건을 보면 교내 화장실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지(중문·07)씨는“본교는 여대라 외부인 침입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타대에 비해 적다”며“안전 시스템이 구축돼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은 2007년부터‘여행(女幸, 여성이 행복한 서울 만들기)프로젝트’ 중 ‘여행(女幸)화장실’사업을 추진해왔다. 여행화장실 건설 규격에 따르면 화장실 내부 비상벨 설치는 의무로 명시돼 있다. 여행화장실 담당자 ㄷ직원은“화장실은 성희롱 사건이 일어나기 쉽다”며“보안 시스템이 더 철저하게 갖춰지도록 화장실 칸마다 비상벨을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 고려대, 숙명여대, 충남대 등 여자 화장실 비상벨 설치해

고려대, 숙명여대, 연세대, 충남대 등 타대는 여자 화장실에 비상벨이 갖춰져 있다.

고려대는 2005년부터 화장실 비상벨을 설치했다. 고려대 중앙광장, 중도 등 12개 건물 여자화장실에는 290개 이상의 비상벨이 갖춰져 있다. 고려대에서 화장실 비상벨을 누르면 종합상황실 직원에게 응급 상황이 전달되고 동시에 화장실 입구에 있는 사이렌과 경광등이 켜진다.

고려대 안전관리팀 ㄹ직원은“규모가 크고 학생들이 많이 출입하는 건물 화장실에 비상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최하나(식자경·09)씨는“인적이 뜸한 화장실에도 칸마다 비상벨이 설치돼있다”며“위급상황 때 비상벨을 쓸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2007년부터 화장실 비상벨을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 269개의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비상벨을 통해 주간에는 행정실이나 사무실로, 야간에는 당직실로 연결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충남대 김민지(심리·08)씨는 “화장실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 몰래카메라 같은 성희롱 위험에서 보호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작년 8개 건물에 150개 이상의 비상벨을 설치했다. 숙명여대 시설관리팀 ㅁ직원은“숙명여대에 외부 남학생이 많이 출입하기 때문에 교내에 남자가 적지 않다”며“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학생회관, 대강당, 백양관 등 7개 건물 여자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했다. 화장실 내의 비상벨을 누르면 해당 건물 1층 관리실의 경비원이 출동하고 화장실 앞의 경광등이 반짝거리게 된다. 

반면 본교는 아직 화장실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고 있다. 총무과 김용완 부처장은 “교내에 설치된 화장실 비상벨은 아직 없다”며 “헬렌관, 조예대, 학생문화관 수면실 옆의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교내화장실에 설치될 비상벨은 총무과 안전관리센터, ECC 경비실과 직접 연결될 예정이다. 

 

신사임 기자 ssistory@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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