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에서 북아현문까지 2시간 등산코스…공강시간에 떠나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는 꽃샘추위도 다가오는 봄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온 산에는 봄이 내렸다. 본교 인근에 위치한 안산(鞍山, 해발 296m)에도 봄은 가득하다. 기자는 16일(화) 안산을 찾았다.

등산 코스는 북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교육관 A동과 B동 사이에 있는 북문을 나서 부속이화·금란고등학교 담을 따라 200m를 걷다보면 횡단보도가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느린 걸음으로 10분 정도 올랐을까. 알록달록한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사찰 봉원사(서대문구 봉원동 산 1번지)에 다다랐다.

봉원사에 들어서면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며 행인을 맞는다. 300년 묵은 느티나무도, 푸른 이끼가 낀 돌그릇의 맑은 약수도 사람을 반긴다.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부터 젊은 커플들까지 등산복 차림을 하고 너나할 것 없이 사찰을 들렀다가 산에 오른다.

봉원사를 나오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넓은 산책로를 지나고 경사진 샛길을 올라가야 한다. 산길 중턱에는 공터가 있다. 할아버지들은 공터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기를 둔다. 공터에서 스무 걸음만 더 오르면 규모가 제법 큰 체육시설도 있다. 등산객들은 이곳에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평행봉 등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이병학 할아버지(서울시 서대문구·72)가 평행봉에 능숙하게 매달려 있다. 초보자의 실력이 아닌 듯 자세가 안정돼 있다. 할아버지는 연세보다 훨씬 동안처럼 보인다.“매일 아침9시에 안산에 올라 정오12시에 운동을 마치는데, 운동하러 나올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고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아.”이씨는 내친김에 철봉 링에 매달리는 시범을 보였다.

김상순(서울시 서대문구·44)씨는 동료와 제기를 차고 있다. 그는 2년 전 불면증을 시작으로 건강이 악화됐다. 김씨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안산에 올라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했다.“오전, 오후에 상관없이 하루 2~3시간 정도 안산에서 운동을 해. 지금은 하루라도 안산에 올라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할 지경이야.”

체육시설을 지나 팔각정까지 지나면 안산 정상인 봉수대까지의 거리는 불과 250m밖에 남지 않는다. 봉수대까지 올라가는 길 곳곳에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들이 있다. 지천에 널린 돌멩이 한 개를 주워 돌탑에 올리며 소원을 빌어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 계단을 굽이굽이 오르다 보면 등허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어느새 안산 봉수대(서울시 기념물 제13호)가 수줍은 모습을 드러낸다. 안산 봉수대의 본래 이름은‘무악산동봉수대’로, 봉수체제가 확립됐던 조선시대 세종 24년(1438)에 설비해 놓은 곳이다. 봉수대에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에는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가, 멀게는 본교 대강당과 아산공학관, 한우리집도 보인다. 봉수대는 전망이 좋아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서대문구는 1월1일(금) 해맞이 행사를 봉수대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하산하는 길은 산을 오를 때보다 가파르다. 금화터널 윗길을 이용해 한우리집이 있는 북아현문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돌과 모래를 밟고 미끄러질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안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야 한다. 흙비탈길에 접어들면 군데군데 안전 로프가 없어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 내려오는 길목에는 소나무, 벚나무, 전나무 등이 우거져 있어 하산하며 삼림욕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숲 속에 난 샛길을 다 내려오면 북아현문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온다. 오르막을 5분정도 걸으면 북아현문이고, 북아현문을 통과해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면 한우리집이 나온다.

오후4시에 시작한 산행을 마치자 어느덧 저녁놀이 눈앞에 가득했다. 저녁놀을 등진 꽃봉오리들은 고운 빛으로 누리를 물들이고, 나무의 가지 가지마다 푸른 새순이 고개를 빠끔 내밀고 있었다. 봄이다.

 

한보민 기자 star_yuka@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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