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숙사 한우리집과 마주하고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사회복지관). ‘사회봉사’ 과목 수강생들이 이곳을 들락거리지만 한 학기 이상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은 드물다. 사회복지관에서 5개월~1년간 활동하고 있는 이바름(초교·09), 김국화(간호·09)씨를 각각 3일(수), 4일(목) ECC에서 만났다.

△친손녀 같은 한글교사 이바름씨

매주 수요일 오전10시, 사회복지관 1층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들이‘가갸거겨…’를 열심히 외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글을 배우지 못한 서대문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어르신 한글교실’이 열린다. 지도 교사는 이바름(초교·09)씨다. 그는 매주 1시간30분씩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할머니, 그 다음 줄부터 칠판 앞에 나와서 써보세요.”

교재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읽기’책. 이씨가 한 줄을 읽으면 어르신들이 따라 읽는다. 지난 시간에 냈던 쓰기 숙제도 검사한다. 삐뚤빼뚤 글씨들이 공책 한 바닥 가득 적혀있다.

이씨는 작년 3월 중순부터 1년째 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기숙사 앞에 위치한 종합사회관에 무작정 들어갔다가 한글교실 교사직을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 처음에는 말을 붙이기가 어려웠어요.”

한글교실의 학생들은 대부분 60~70대 할머니들이다. 이씨는 늦깎이 학생들을 어떻게 호명하고 지도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는“학생들을‘할머니’로 통일해 불렀는데 50대 아주머니 한분이 계셔서 어떻게 불러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며“지금은 그 분만‘어머니’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내가 하는 수업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들께서 항상 수업 전에 오셔서 기다리시고 수업 시간을 늘려달라고 말씀하실 때, 내가 이분들에게 도움이 됐구나 싶어서 뿌듯했죠.”

이씨는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친손녀같은 존재가 됐다. 작년 추석에는 할머니들이 종이봉투에 사과, 배를 가득 담아 오기도 했다.

“제가 기숙사 생활을 해 과일을 자주 못 챙겨먹는 것을 아시고 과일을 한 가득 싸주셨어요. 덕분에 과일을 실컷 먹었죠.”

그는 작년 1, 2학기 모두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다. 2학기에는 5과목 A+를 받기도 했다.
그는“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나눠 쓰고, 남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며“좋은 일이 있을 때는‘혹시 착한 일을 한 덕분인가’라는 생각에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며 새내기 생활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꾸준히 채워나갔다. 여름 방학에는 전북 화산의 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을 지도했다. 겨울 방학에는 경북 고령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실험을 지도하는‘과활마당’에 참여했다.

그는“또래들을 보면 학업과 다양한 활동 등으로 늘 마음이 바빠 보인다”며“봉사는 오히려 바쁜 일상에 휴식을 주는 기회”라고 말했다.
“저는 공부나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더라구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기쁨이 대학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봉사 수(受)혜자에서 수(授)혜자 된 김국화씨

 

 

“시간을 지불한 대가로 돈을 얻는 것이 아르바이트라면, 행복을 얻는 것은 봉사활동이죠. 봉사활동은 저를 더 행복하게 해요.”

김국화(간호·09)씨는 사회복지관 이동목욕 봉사에 참여한 본교 최초의 학생이다.

사회복지관은 거동이 불편한 서대문구 지역의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2005년 10월부터 진행했다.
목욕을 돕기 위해서는 1회에 4~5명의 도우미가 필요하다. 찾아오는 주민을 목욕 차량 안으로 안내해 탈의를 돕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게 한다. 15분이 지나면 때를 민다. 머리도 감기고 손톱도 깎아드린다.
2008년 12월 중국에서 온 조선족 김씨는 작년 8월, 기숙사 앞에서 이동목욕차량을 보고 복지관에 찾아갔다.

봉사활동을 통해‘한국식’목욕을 처음 접했다는 김씨는“개운해하시는 어른들을 보며 중국에 돌아가면 부모님을 한국식으로 목욕시켜드리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가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만나면서부터다. 김씨는 중국의 복지관에서 그에게 무료로 영어 지도를 받았다.

김씨는“당시 학원을 다니기엔 경제적 부담이 컸는데 자원봉사자 덕분에 영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며“너무 고마워서 나도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보답하리라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8월부터 약 5개월간 매주 2시간씩, 하루 평균 3명의 목욕을 도왔다. 그는 학비와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 바쁜 와중에도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았다.

“목욕봉사를 받고 나오시는 할머니께서 제 손을 꼭 잡고 거듭 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제가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죠.”

사회복지관을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씨에게 큰 기쁨이다.
“할머니들이 너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죠. 아이들과는 자주 문자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물어요.”

 그의 휴대폰에는 신체장애로 이동목욕 차량을 찾아오는 이와 주고받은 문자들로 빼곡했다.
이씨의 꿈은 전공인 간호학을 열심히 공부해 고향에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쓰러지신 일을 계기로 의학 공부를 하고자 마음먹었다”며“주변 사람들이 아플 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미국 간호사자격증 취득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2월부터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들에게 영어 학습을 지도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자신이 받았던 봉사활동의 혜택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되갚고 있는 김씨. 그의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자원봉사자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표정의 기자 pyo-justice@ewhain.net
사진: 배유수 기자 baeyoos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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