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여성 정책 아직 미흡… 가부장제 문화 등 근본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편집자주 : 본지는 세계 여성의 날 102주년을 맞아‘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여는 여성 모임’고은광순 운영지기, 여성민우회 권미혁 대표, 이주희 교수(사회학과), 한국여성학회 정영애 차기 회장, 한국여성연구소 정현백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전 사무총장에게 한국의 여성 취업률, 저출산 및 육아, 이주여성 등 한국 여성 문제 현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현 정부의 여성 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이주희 교수: 현 정부는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유연근무제의 도입 등 일자리 창출 관련 정책들을 주요 여성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 간의 큰 임금격차, 채용 및 승진 시 남녀차별 등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고용격차를 유지 및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 현재까지 정부가 마련한 여성 일자리는 도우미, 독거노인생활관리사, 간병인 등 저임금 사회서비스직에 집중돼 있다.

권미혁 대표 : 정부 이래 본격화된 여성정책은 여성할당제 도입, 호주제 폐지 등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현 정부는 미리 마련된 제도들을 보완해 종합적 시책을 펼쳐야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 제공보다는 어떤 불이익없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정현백 대표: 여성부가 녹색 성장 추진 등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여성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산 및 양육뿐만 아니라 여성 고용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보육시설의 확충, 출퇴근 조정 제도, 육아휴직 후 고용 보장 등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한국 사회의 여성 취업률이 낮은 원인은 무엇이며, 정부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이주희 교수: 작년 여성 고용률이 급감한 원인은 불황시 여성이 먼저 해고돼야 한다는 관념, 일과 가족의 양립을 저해하는 제도 및 조직문화 때문이다.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작업은 남녀 간 임금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노동 원칙’의 이행이다.  정부는 남녀 임금차이가 큰 직무를 발굴해 시정조치를 해야한다.

정현백 대표: 여성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 후 직장에 돌아가면 저임금, 임시직으로밖에 직장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여성이 육아 휴직을 하면, 직장에서 그 자리에 임시직 외에 다른 사람이 재취업할 수 없다. 양육휴가 후 돌아와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

이렇듯 정부는 여성 고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국, 공립 보육 시설과 야간 탁아소를 확충, 방과 후 활동 활성화 등에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 정책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정현백 대표: 유럽의 경우 아이를 둘, 셋 낳으면 양육비가 거의 최저 생활비만큼 나온다. 저출산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다자녀 가족에게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보육정책뿐 아니라 유럽의 여성 고용보장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도 도입돼야 한다.

정영애 차기 회장: 현 저출산 위기는 배타적 민족주의, 이기적 가족주의, 경제성장 우선주의,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를 극복하고 행복한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돼야 한다.

최영애 전 사무총장: 현재 정부가 저출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자녀 가구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은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여성들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민가정의 비중은 2050년 5.11%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주 여성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고은광순 운영지기: 이주 여성들에게 명절, 제사 문화 등 가부장문화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앞장서서 세계인이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밝은 가족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정부는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에 마을축제, 외국어 웅변대회, 각국을 대표하는 문화 이벤트 등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최영애 전 사무총장: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정은 신부 측 가정에 돈을 지불하고 결혼하는 매매혼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결혼 이민자를 소유물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이주 여성들이 한국 국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결혼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남편의 폭력에도 도망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을 보호할 제도를 정교화 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해 이화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무엇인가

권미혁 대표: 이화여대는 한국여성학, 여성운동의 출발지이자 중심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점점 여성운동이나 여성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아쉽다.

여성들이 현재 겪고 있는 다양한 삶의 문제를 돌아보고 그 해결책을 찾는 일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정영애 차기 회장: 과거에 비해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전히‘여성’에게는 남성과 다른 기대와 부담이 주어지며, 우리 사회 많은 문제들이 성별 또는 젠더 문제와 얽혀있다.

타인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지향하는 모든 개인은 ‘여성’의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영애 전 사무총장: 자신이 진출하고 싶은 분야에서 현재 활동하는 여성들의 지위가 어떤지 미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화인들은 선배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가는 수혜자기도 하지만 자신도 후배들을 위한 개척자가 돼야 한다는 의무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하경 기자 jhk0712@ewhain.net
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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