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 높이의 천장에 조명들이 띄엄띄엄 매달려있다. 조명은 투명한 유리판 속 작품을 비춘다. 유리판 안쪽에는 비죽비죽 솟은 날실들이 보인다. 흰색 날실 사이로 검은 실로 놓인 자수가 먹물 방울처럼 박혀있다.


조예대 차영순 교수(섬유예술전공)의 개인전‘The Code’가‘띠’를 주제로 2월19일(금)~27일(토) 갤러리마노 1층 전시장에서 열렸다.


‘Code 1’,‘Code 13’ 등 전시된 작품 13점은 모두 한지를 꼬은 실로 제작됐다. 닥종이를 실처럼 꼬고 이어 붙여 만든 작품들은 검정색과 흰색 두 가지로 구성됐다.


작품은 1월 초부터 두 달에 걸쳐 제작됐다. 수업 등 대외활동이 많아 작업에 투자할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취침 시간 외에는 작품에만 몰입했다. 차 교수는“‘The Code’는 선의 다양한 변형과 연출을 통하여 삶의 의미들을 기호화한 것”이라며“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통일했으며 전시된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였다”고 말했다.


작품 13점 중 차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Code 5’다.‘Code 5’는 닥나무 껍질 섬유만을 원료로 한 순지(한지의 종류)를 1.5cm 너비로 자르고 꼬아 머리카락 굵기의 한지실로 만든 작품이다. 차 교수는 “이 작품은 극적인 섬세함을 통해 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Code 5는 마음의 평화와 삶의 균형을 대칭시켜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차교수의 작품에는 ‘선’이야말로 사람의 고독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이 배어있다. 그에 의하면 ‘선’은 씨실과 날실이 얽혀 관계를 형성하는 직조(기계나 베틀 따위로 피륙을 짜는 일)와 달리 고독한 인간존재를 대표한다.


차 교수는 “예술은 고유의 작업정신과 자기만의 언어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종이를 통해 인간 감성의 정교함, 예민함, 순수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회 판매 수익금의 일정액은 장학금 기부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다. 차 교수는 “작품 판매 후 일부 금액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갤러리마노 정하미 대표(섬예·80년졸)는 “한지를 재해석한 차 교수의 작품은 완성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말했다.



정서은 기자 west_silver@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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