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학번에게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이화에서의 대학생활. 입학 시즌을 맞이해 이화의 새내기에게 이화 안의 작은 문화를 소개한다.


2일(화) 개강날. 새내기들은 부푼 가슴을 안고 첫 등교를 한다. 이화에서 시작하는 첫 대학생활. 고학번들에게는 당연한 풍경이지만 신입생들에겐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는 이화의 모습들을 살펴본다.



△1교시가 오전8시? 그래도 출석은 합니다


1월18일(월) 오전9시 학관 410호는‘한국 근·현대사의 이해’계절학기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로 꽉 찼다. 김현숙 교수(사학과)가 출석을 부르자 대답소리가 나오지 않는 순간이 거의 없었다. 수업 시작 후 4분이 지나서야 학생 1명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이날 수업 출석율은 100%였다. 김현숙 교수는“우리학교 학생들은 워낙 부지런해서 1교시 수업에도 결석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본교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스럽게 오가는 말 중‘이대에서 A학점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할 뿐만 아니라 출석률도 매우 높아 지각, 결석 횟수가 적다는 뜻이다.


하늘의 별을 따려는 학생들의 노력은 정규학기에도 이어진다. 작년 2학기‘우리말과 글쓰기’1교시 수업은 오전8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약99%의 출석률을 보였다. 한수영 교수(국어국문학과)는“수업 내내 결석은 거의 없었고, 지각하는 학생도 1~2명 정도였다”며“분반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맡은 학생들은 굉장히 성실한 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리말과 글쓰기는 필수 교양 수업이고 수강 대상이 정해진 수업이어서 출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식사문화…테이블풀(tablepool)


학생식당, 학생문화관 휴게실, ECC, 이화사랑 등에서는 타대에서 볼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2월22일(월) 오후12시30분, 여느 때와 같이 이화사랑은 학생들로 붐볐다. 다들 김밥과 음료를 손에 들고 빈자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2~3명이 함께 온 경우도 있지만 혼자 온 사람들도 꽤 많다. 옆 자리와 앞자리에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앉아있지만 학생들은 주저 없이 들고 있는 짐을 내려놓는다. 한 테이블에 앉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 심지어 한 테이블에 앉았던 4명의 학생 모두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이화인들은 일명 테이블풀(tablepool)을 한다. 테이블풀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은 테이블에 앉는 현상을 지칭한다. 홍예진(심리·09)씨는“처음 이화사랑에 갔을 때 같이 앉은 사람들끼리 다 친한 사이인줄 알았다”며“그런데 알고 보니 모르는 사이여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새내기들 겁먹지 말아요, 술 권하지 않는 이화


해마다 2월이 되면 각종 매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기사를 보도한다. 대부분 선배들이 술을 강요해, 신입생들이 불건전한 음주 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본교의 사정은 다르다.
2월18일(목) 오후11시. 사회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특별 순서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회대 3반 학생인 김보영(사과·10)씨는 반대표 선배에게 주도(酒道)를 배웠다. 김씨가 조심스럽게 술병을 들었다. 선배는 “상표는 가리고 따라야해”라며 김씨에게 종이 모형의 술잔을 건네주고“잔을 부딪칠 때는 잔을 약간 밑으로 내려야해. 마실 땐 고개 돌려야 하는 것 알지?”라고 말했다. 김씨에게 술 없이 음주 예절을 배운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인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선배들은 술을 권하지 않았다.“신입생 중에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시고 자고 싶은 사람은 자도 되요”라는 선배의 말에 박수빈(인문·10)씨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었다. 박씨는“평소 술을 잘 안 마시는 편이라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오후10시 이후…이화는 금남의 구역


본교는 오후10시 이후 남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본교는 오후10시 이후 남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2월18일(목) 교내에 들어왔던 ㄱ(과교·09)씨의 남자친구는 오후10시가 넘자 경비원에 의해 학교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ㄴ(과교·08)씨의 동아리 후배는 비오는 날 오후10시가 넘는 시간에 우산이 없는 ㄴ씨를 기숙사에 데려다주려고 했다. 그러나 정문에서 경비원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결국 동아리 후배는 우산을 주고 비를 맞고 가야 했다.


정문 경비원 ㄷ씨(42)는“예전엔 오후10시 이후에 들어오려고 하는 남자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다들 알고 있는지 늦은 시간에 남자 출입은 뜸하다”며“학교 특성상 학생 치안을 위해 2008년 2월1일(일)부터 남자 출입 금지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교 재학생과 교제 중인 ㄹ씨(21)는 “여대이기 때문에 오후10시 이후 남자 출입 금지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하지만 기숙사에 사는 여자친구를 바래다줄 때는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jh5619@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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