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기초과학연구소가 주최한 ‘2009년도 노벨상해설강연회’가 16일(월) 오후5시∼6시30분 종합과학관 B동 153호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노벨생리의학상, 세포분열 생체시계 텔로미어의 비밀을 풀다’, ‘노벨물리학상, 지식정보 시대의 총야-광통신과 CCD소자-에 숨은 물리’ 순으로 진행됐으며, 권종범 교수(생명과학과)와 김동욱 교수(화학·나노과학과)가 연사로 참여했다.

△생체시계 ‘텔로미어’의 비밀 파헤쳐, 노화의 원리를 규명
“하나의 세포는 평균 60번 정도 분열 하는데, 이 세포가 몇 번 분열됐는지 알려주는 것이 생체시계라 불리는 텔로미어(Telomere)입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줄어들기 때문에 텔로미어 길이를 통해 세포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텔로미어가 짧을 수록 노화가 많이 진행된 세포라고 말 할 수 있죠.”

인간의 세포 하나에는 46개 염색체가 존재한다. 각 염색체의 DNA에 두 개의 염색체 끝이 나타나는데, 이 염색체 끝의 특수한 구조를 텔로미어라 한다.  텔로미어의 기능은 1930년대 노벨생리학상 수상자인 허먼 멀러(Hermann Muller), 바바라 맥클린톡(Babara MaClintock)이 추측했으나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권종범 교수는 “50여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텔로미어의 기능과 구조,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Telomerase)를 발견한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 잭 조스택(Jack Szostak) 교수가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여성 과학자 블랙번 교수와 그라이더 교수의 수상에 대해 “100여년 동안 300명~400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과학자는 지금까지 15명에 불과하다”며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한지 100주년이 되는 올해 아다 요나스(Ada Yonath) 교수를 포함해 세 명의 여성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1983년 블랙번 교수와 조스택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텔로미어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했다. 권 교수는 “당시 조스택 교수는 텔로미어가 없는 인공 염색체를 효모에게 넣어줄 때마다 염색체들이 자꾸 파괴돼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그러는 중 학회에서 블랙번 교수의 짚신벌레 염색체 말단 구조 발표를 듣고, 그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 후,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 연구에 집중하던 블랙번 교수팀에 캐럴 그라이더 교수가 박사과정생으로 들어왔다. 권 교수는 “블랙번 교수는 그라이더 교수에게 텔로미어를 만드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를 규명하라는 과제를 냈다”며 “그라이더 교수는 1984년에 텔로머라아제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이터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텔로미어의 구조와 기능 규명으로 노화의 의미와 DNA 복제의 정확한 과정이 설명됐다. 권 교수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 암세포는 무한 증식한다”고 말했다. 텔로미어의 발견으로 암과 같은 질병과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광섬유와 CCD소자로, 초고속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열어
1968년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에서 지구에 있는 딸과 화상통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이 장면은 광섬유 통신기술과 CCD소자(고체촬상소자)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김동욱 교수는 “정보통신을 가능하게 한 광섬유,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비롯한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는 CCD소자를 통해 IT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2009년 노벨물리학상’은 현 시대를 정보화 시대로 이끈 찰스 가오(Charles Kao), 윌러드 보일(Willard Boyle), 조지 E 스미스(George E Smith) 박사가 수상했다”고 말했다.

정보는 파동을 통해 전달되는데, 파장이 클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김 교수는 “1960년대 라디오를 통한 무선통신은 가능했지만, 사람들은 더 큰 파장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 했다”며 “가오 박사는 많은 정보를 실을 수 있는 빛신호를 이용해 100km이상 전달할 수 있는 광섬유를 개발했고, 현재의 정보통신 혁명을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가오 박사가 개발한 광섬유는 지구상에 많이 존재하는 유리를 주재료로 한다. 그는  유리로 된 섬유안의 빛 굴절률을 조절해 빛신호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했다. 김 교수는 “유리를 이용해 빛신호를 전송한 것은 생각의 전환”이며 “새로운 발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과 재료들이 있었기에 실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보일, 스미스 박사는 우리 주변에 있는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를 가능하게 한 이미지센서인 CCD소자를 개발해 디지털 이미지 기기를 발전시켰다. 1969년에 개발한 CCD소자는 이미지를 전기적인 신호로 바꿀 수 있어 디지털 형태 이미지의 인화와 보급을 손쉽게 했다.

김 교수는 “빛이 금속에 닿으면 금속에 존재하는 전자의 위치가 변하는 것을 이용해 빛을 전기신호로 바꿀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는 빛을 필름이 아닌 CCD소자에 잡아 이미지를 포착한다”고 말했다.   

오늘날 지식정보시대를 가져온 광섬유를 이용한 통신기술, CCD소자 개발의 바탕에는 물리학이 있다. 김 교수는 “이번 강연으로 학생들이 물리가 활용되는 영역이 넓은 것을 느끼고, 물리의 응용 범위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이슬 기자 iseul1114@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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