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들을 어디선가 접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주로 적성 검사를 하거나 심리테스트를 할 때, 우리는 이런 종류의 문제들을 연속적으로 만나게 된다. 더군다나 요즘은 이런 문제를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 프로그램에 지원하거나 취업 면접을 볼 때, 가장 사소하게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도 이러한 질문을 받기 때문이다.

그저 반사적으로 문제에 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 문제 한 문제에 곰곰이 생각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를 대하는 자세와 상관없이 문제를 대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면, 의외로 더 잘 대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지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곤 하지만 위기 상황이 닥치면 불안감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일면만 보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변화나 상황에 따른 심리 변화를 직접 느끼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에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과 의사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지 판단하는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정작 ‘나’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에 대해서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사지에 나온 질문 중 어떤 질문이라도 ‘나’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에는 단정적으로 대답하기 힘들었는데, 비로소 결과를 보고 나서 그 이유가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면에 대해서 인식하고는 있지만 정확하게 어느 부분이 더 강한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결국에는 자신을 알려고 하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 이상으로 어려우며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하나만 선택해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선택한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상적인 가치 개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답은 단순하면서도 친숙한 ‘나’라는 개념이었다. 결국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다른 것도 소중히 하고,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이해하기 이전에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먼저 인식한다. 자신의 내면을 잘 알기 때문에 소중하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동안 늘 함께하고 마주하는 자신의 내면은 가만히 있어도 당연히 이해되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에 대해 탐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 하면서 알려고 할 때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궁금해 하고, 알려고 노력해야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은 혼란스럽거나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지적 활동 못지않게 가치 있고 소중한 경험이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것처럼,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그 어떤 것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기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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