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그리고 집단문화
개인주의 그리고 집단문화
  • 홍지민(독문·07)
  • 승인 200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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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때 빨갛고 파란 티셔츠를 입은 대학생들이 응원 구호를 외치며 줄을 지어 신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무척 신기하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 행렬이 매년 치러지는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유명한 연합 축제라는 것 말고도, 이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형태의 축제였기 때문이었다. 끈끈하게 단합하는 옆 학교 학생들을 보면서 흔히 ‘여대의 단점’이라고들 말하는 개인주의에 대해 회의를 품었었다. 그러나 3학년이 된 지금에 와서는 개인주의가 과연 이화의 ‘단점’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여대가 아닌 학교들이 얼마나 개인주의에서 자유롭기에 개인주의가 여대의 단점이 되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얼마 전 또 한 번의 연고전(또는 고연전)이 한 차례 신촌을 휩쓸고 지나갔다. 집단 안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한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지 과시라도 하듯 학생들은 고성방가, 기차놀이, 술집 난입 등과 함께 신촌 거리에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와 술병들을 남겼다. 인터넷에는 누리꾼들의 비난과 짜증이 남았고 나에게는 부러움이 아닌 안타까움이 남았다. 이 안타까움은 대학생이라는 집단에 대한 것이다. 이번 연고전은 우리의 대학문화가 가지고 있는 집단성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월, 대학교 입학식과 신입생 환영회 등이 몰려 있을 때 대학가 술집에서는 구호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소위 FM이라고 불리는 자기소개 때문이다. 사실 FM은 원래 군대에서 사용하는 Field Manual이라는 용어로, 교본대로 행동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개념이 어떻게 대학교에까지 흘러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대학문화가 군대식 집단주의에서까지 영향을 받았음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MT에서 하는 여러 가지 게임들, 억지로 술을 먹이는 관행, 선배들의 군기잡기, 신고식 등도 모두 집단문화의 영향을 받은 대학 문화이다.

개인이 집단 안에서 정체성을 구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개인이 집단에 몰입하는 정도가 지나칠 때가 있다. 개인의 정체성보다 집단의 정체성이 더 우선시 될 때 개인은 집단에 매몰되거나,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고, 구현하게 된다. 지성인이라 자처하는 대학생들도 집단 안에서는 상식 밖의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다른 정체성은 뒤로 사라지고 ‘특정 학교 학생’이라는 집단 정체성만이 남는다.

이런 집단문화와 집단 정체성이 위험한 이유는 집단의 이익이 다른 집단 또는 개인을 배척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만큼 개인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끈끈하게 맺어진 집단은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되고, 다른 집단을 배제한다. 우리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각 대학교들에 대한 이미지도 여기에서부터 나온다. 이화의 경우는 이런 집단의식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한다.

집단주의 또는 공동체 주의가 꼭 나쁜 가치는 아니다. 그러나 개인을 매몰시키는,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집단주의의 전근대적 단점은 없어져야 할 부분이다. 애국주의 또는 민족주의처럼 작용하는 극단적인 애교심들이 무의식중에 집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대학에 남아있는 이런 집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들이 특정 학교에 대한 편견을 낳고 학벌주의의 시작이 되지 않는 지 말이다.

이화에 대한 외부의 시각들도 이화를 한 집단으로 묶어서 보는 다른 집단들의 시각이다. 외부에서 말하고 우리도 무의식중에 인정하는 여대의 ‘단점’ 개인주의가 과연 단점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지니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집단주의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