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교는 11일(수) 오후3시 LG컨벤션홀에서 미첼 바첼렛(Michelle Bachelet) 칠레 대통령에게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아동·공공보건 분야 전문의였던 바첼렛 대통령은 1990년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섰다. 2000년 보건부 장관 시절, 그는 아이가 있는 가정에 ‘가족 보너스’를 지급해 어머니와 어린이가 국가 정책의 우선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했다. 2006년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남녀 각각 10명으로 구성된 양성 평등 내각을 실현하고, 여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지는 바첼렛 대통령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연설 중 여성의 정치 참여 및 양성평등 실현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싣는다.    

칠레에서 여성이 군사 통제력을 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여성 보건사회부 장관도 없었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칠레에서 정치 이외 부문에서 상당 부분 남녀평등이 실현됐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과거에는 여성이 고위직이 된다 해도 여성부 장관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건부 장관,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칠레 최초의 여자 대통령입니다.

집권 초기, 칠레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할 길을 막고 있었지요. 그러나 현재 정부 내각은 여성과 남성 장관의 수가 동일합니다. 제가 8∼9세 여자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예전에는 보통 “의사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될 겁니다”라고 말하는 여자 아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평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고, 그 덕분에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좀 더 나은 직책을 차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감독이 훌륭하다고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열심히 뛰어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국가도 마찬가지로 국가를 구성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 열심히 일할 때 국가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특성을 고려한 공공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현대 사회의 기반으로 봅니다. 민주주의는 인권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남녀 차별이 존재한다면, 인권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평등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지만 공식적인 평등, 형식적인 평등은 법 앞에서 늘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지금 칠레는 헌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법률을 통해 양성평등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양성 평등을 저해하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봐야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때에만 민주주의는 훨씬 공고하고, 지속적이며 활력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열린 눈을 갖고 여성문제를 봐야 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문제의 해결점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참여는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참여의 끝은 아닙니다. 우리는 항상 민주주의에 참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어떻게 대화를 나눌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제시하는 것도 참여입니다.

남녀 차별은 오래된 일입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고, 정부의  행동이 요구됩니다. 또한 많은 여성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빈곤 퇴치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하듯 여성 평등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회마다 여러 특성이 있습니다. 그 사회의 환경을 고려해 여성들이 평등한 지위에서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펼치는 정책들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걸까요? 더 좋은 나라, 번영된 국가, 공정한 국가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치면에서는 아직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의 후보 수를 보면, 남성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현실적 평등을 위해 첫 단추를 끼웠지만,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더 많은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늘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합니다.

 정리:최슬기 기자 redwin2026@ewhain.net
사진제공: 홍보과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