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리고베르타 멘츄(MENCHU Rigoberta) 여사가 2일(월) 제9회 김옥길 기념강좌 ‘글로벌 평화와 한반도의 미래’ 기조강연에 앞서 오전11시,  본관 1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멘츄 여사는 지하 조직의 일원으로 인권운동을 펼치다 피살된 아버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전세계 인디오들의 참상을 알리는 일에 힘쓰게 됐다. 그는 유엔 원주민문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과테말라의 농민연합위원회를 후원해 왔다. 이에 사회적 정의와 인종·문화 간 화합을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199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 및 소감은
여성과 평화에 대해 나눌 점이 많다고 생각해 한국에 오게 됐다. 특히 한국 여성 교육의 영웅인 김옥길 선생님을 기념하는 제9회 김옥길 기념강좌에 초대돼 영광이다. 이화여대의 성공과 역사에 대해 들어왔던 터라 오래 전부터 이화여대와 관계맺기를 기대해왔다. 오늘이 과테말라와 이화여대가 관계를 맺어나가는 데 중요한 시작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어떤 외부활동을 하고 있나
자서전 외 6권의 책을 쓰기도 했지만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사회운동이다. 현재 멕시코, 과테말라 등 여러 곳에 원주민 재단과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성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도 실시하고, 시민 교육을 통한 의식화 사업과 민주화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이 센터들과 이화여대가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과테말라에 돌아와 흩어졌던 2개 부족을 모았다.
 
­2007년 과테말라 대선에 출마했다. 그것이 어떤 경험이었나
과테말라 사회는 남성중심사회로 인종차별과 남녀차별이 심하다. 여성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과테말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나의 도전을 보고 많은 여성들이 정치 참여에 대한 용기를 갖게 됐다. 젊은 여성들은 정치가 부의 축적을 위한 것이 아닌,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나의 2007년 대선 캠페인은 ‘개미 캠페인’으로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기부해준 돈을 모아 선거비품을 구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참여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했다. 지금은 2011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통합적인 인간’이라는 뜻의 ‘위낙’이라는 정당도 창당했다. 

­오늘날 여성 인권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늘날 인권운동은 개념정립과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인권운동은 시대에 맞춰가야 한다. 과거 인권운동은 주로 공공기관에 대한 비판 활동만 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인권의 또 다른 면은 ‘기회의 균등’이다. 그러나 오늘날 서구사회에서조차 기회는 남성 위주인 경우가 많다. 문화와 사회에 따라 여성이나 원주민, 토착민, 젊은 청소년들에게도 동일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사회 활동과 가족 생활은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나
33세 때 결혼을 해서 두 명의 자녀를 뒀다. 첫째 아이는 15살이고 둘째는 죽었다. 이번 한국행에 동행한 남편은 같은 마야족 출신이다. 남편의 가족들이 내 가족을 대신해 주고 있다. 그들 없이는 사회활동이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상호간의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 존중이 있어야 평등한 시각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고, 서로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해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다양성과 다문화를 실천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마야족에 전해 내려오는 달력인 마야력은 다양성을 실천할 때 유리하다. 마야력은 매일 서로 다른 비전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향후 이화여대와 협력할 계기가 있다면 이 마야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  

문호은 기자 he@ewhain.net
사진제공: 홍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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