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2009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본교 재학생 ‘이대 나온 여자’팀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 팀의 수상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대학생의 가슴을 파고드는 수상곡 ‘군계무학’의 가사였다.

 모두 같은 눈코입을 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네
돈 벌어야 해 어서 나 성공해야만 해
개성 따위 챙길 여유 없어 나
현실은 뭐 현실은 돈
돈돈이란 절대군주가 통치하는 세상
손때 묻은 토익책 움켜쥐고 오늘도 쓴다
망할 자소서
- 이대 나온 여자의 ‘군계무학’ 중에서

‘군계무학’은 심해져 가는 취업난 속에 똑같은 삶을 강요받는 괴로운 대학생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군계무학’에서 그리는 대학생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대학교에서는 궁극적으로 취업만을 좇다보니 개성을 잃어가고, 각박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달 30일 알바몬이 대학생 1273명에게 ‘추석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추석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하는 스트레스의 제1원인으로 취업, 이성 친구 및 결혼계획 등 내 장래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 32.3%, 관심으로 끝나지 않는 어른들의 잔소리 7.7%로 약 40%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어른들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들이 취업에 목매고 스펙에 온 힘을 쏟는 것은 대학생을 똑같은 길로 몰고 가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있다.

특히 이 설문조사에서 인상 깊었던 항목은 10.2%를 차지한 ‘연애·취업·성적 등 아직 자랑할 것이 없는 나의 처지'였다. 요즘 사회는 조급증에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리 남보다 앞서야 하며, 빨리 부자가 돼야 한다. 여기에 취업난까지 겹치다보니 남들은 뭔가를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있다는 느낌이 대학생들을 더욱 초조하게 한다. 항상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막 어른이 된 대학생으로서 아직 자랑할 것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 길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취업을 위한 동아리를 배회하고 학점에 연연하고 고시에 매달리며 방학이면 너나할 것 없이 토익을 붙잡고 있다. 이렇게 모두가 똑같은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기소개서의 내용은 비등비등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필자의 친구 중 한명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관심이 생겨 학원에서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다. 기초 단계의 이 강의에는 이제 막 회계사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이 가득 했다. 그런데 강사가 이제 막 열정에 타오르기 시작한 수강생들에게 던진 말은 여기서 끝까지 회계사 시험에 응할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으니, 남들이 한다고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진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제 막 시작한다는 설렘에 들떠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맥 빠지고 잔인한 충고였을지 모르나, 이는 우리 대학생 모두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충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나나나나나
강요된 똑같은 삶을 살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내 꿈을 현실과 바꾸지 말자
나나나나나나
젊음에 걸맞는 개성을 찾자
나나나나나나
- 이대 나온 여자의 ‘군계무학’ 중에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모두 같은 곳으로 돌진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불을 향해 돌진하는 무모한 불나방을 보고있는 것 같다.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한 대학 생활이 과연 자신의 삶과 처한 상황을 더 질 높은 자리로 이끌어 주는 동아줄일까? 잠시 멈춰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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